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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N 칼럼] 형평잃은 금융기관 예금보험료, '서민'은 없다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02/04 14:17:55

    기억에도 가물한 97년 말 IMF외환위기는 은행의 줄도산을 가져왔고 결국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했다. 당시 회수불가능 공적자금에 대해서는 금융권과 재정이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총 70조 원 중 금융권이 20조를, 나머지는 정부 재정이 떠안았다. 정부가 50조인 약 70%를 부담한 것이다.


    금융권 부담의 20조는 모든 금융권으로부터 징구하기로 했다. 금융기관 예금잔액 등 예금자보호대상 자산에 대해 예금보험료 외에 추가로 0.1%씩 특별예금보험료를 은행, 증권, 보험, 종금,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균등하게 갹출해 충당키로 했다.


    반면 2011년 저축은행사태로 부실저축은행이 대거 퇴출되면서 발생한 구조조정 때의 방식은 달랐다.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부담해야 할 부실규모는 약 15조 정도로 추산되었고 전액 금융권이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정부 재정은 투입되지 않았다.


    또 하나 다른 점은, 97년 때는 각 금융권역별로 균등한 특별보험료율을 부과했지만 2011년 때는 저축은행업권에 대해 타 업권 대비 2배의 부담률을 지웠다.


    별도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두고 여기에 예금보험료의 일정율을 출연하는 구조인데, 저축은행업권은 예금보험료의 100%를, 타 업권은 45%를 출연한다. 당초 15년동안 징구키로 해 2026년이면 특별계정은 없어지도록 되어있지만 15조로 예상되었던 구조조정 자금이 실제 27조가 투입되어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더하여 저축은행업권이 불합리하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는 더 있다. 특별계정에 2배 부담률을 지는 것보다는 특별계정에 들어가는 부담분의 원천인 예금보험요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업권별 예금보험요율은 예금 등 잔액에 대해 △은행 0.08% △증권 0.15% △보험 0.15% △종합금융 0.2% △저축은행 0.4%로 저축은행업권이 은행에 비해 5배나 높다. 2011년 구조조정 이전인 2008년까지만 해도 보험, 종금과 같은 0.3%였다. 20년 말 기준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은행 15%, 저축은행 14.29%로 별 차이가 없다. 보험료율의 합리적 설명이 어렵다.


    같은 금융권 구조조정이었는데 그 처리방식이 달랐던 점은 구조조정의 원인이 외부적 요인이었는지 내부적 요인이었는지에 따라 책임을 어디에 지울 것인가 하는 차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정치적 부담도 있었을 법하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이 모든 금융기관의 건전성 등을 들여다 보고 있었음에도 구조조정을 해야하는 사태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책임의 상당한 소재는 둘 간에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책임의 소재를 떠나 이런 처리방식의 차이가 금융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점도 짚어야 하리라 본다. 예금보험료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원가로 작용하며 금융소비자에게 낮은 예금이자‧높은 대출이자 등 가격으로 전가된다. 더구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저축은행업권에 대한 상대적으로 고율의 보험료 부과는 서민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은행 못지않다는 점을 새겨야 할 것이다.


    KDI의 연구에 따르면 예금보험대상이 아닌 주식, 채권, 신탁 등과 같은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의 보유비율이 높은 부유층은 예금보험료에서 자유로운 반면 저자산계층은 부동산 보유액이 적고 금융자산 내에서도 예금자보호대상 자산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정 금융상품에 대한 일종의 목적세로서 예금보험료는 자산이 적은 계층에 불리한 조세체계라고 평가하고 있다.


    서민금융시스템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이 10여 년 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이제 자산과 경영 건전성 측면에서 탄탄해진 만큼 과거 일부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응보적 시선을 거두고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무릇 같은 현상을 달리 대하게 되면 신뢰를 잃게 된다. 금융의 핵심이 신뢰이듯 금융감독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