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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어지는 조선 빅2 체제…득실은?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01/14 08:35:53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 유럽연합(EU)의 불허로 무산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실제 합병 좌초 시 득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선박 수주 훈풍으로 단기적으로는 조선업 전체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수주 경쟁 심화와 이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U 경쟁당국은 오는 20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위한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기한을 일주일 앞두고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에서 EU가 양사의 기업결합을 불허할 것이란 보도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


    EU가 양사의 합병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액화천연가스(LNG)선 독과점 우려가 꼽힌다. LNG선은 척당 가격이 2억달러를 넘나드는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양사가 합병하면 LNG선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약 60%에 달할 전망이다.


    EU의 반대로 3년을 끌어온 양사의 합병이 무산되면 일단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M&A 성패를 떠나서 일단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불확실 요소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조선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선박 수주가 대폭 증가하며 조선 업황이 살아났고 올해 수주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 조선업계는 2013년 이후 8년 만에 최대 수주 실적을 올렸다.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는 작년 수주 목표의 40% 이상을 초과 달성했고 2년6개월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다. 안정적인 수준의 일감을 쟁여놓았고 선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 대형 조선 3사가 수익성 위주의 수주에 나설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땐 조선업의 경쟁 심화와 수익성 저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M&A가 최종 무산되면 국내 조선산업이 빅 3 구도에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빅 2 구도로 재편되는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산업은 빅 3 구도에서 치열한 선박 수주 경쟁을 펼쳐왔다. 한정적인 발주 시장에서 고정비가 많이 드는 조선소를 유지하기 위한 저가 수주도 왕왕 발생했다. 이는 조선사의 수익성 저하와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이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조선 업황이 좋지만 사이클상 선박 수주가 뜸한 시기가 올 수밖에 없다"며 "업황이 안 좋더라도 조선소 운영을 위해서는 일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주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 선박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양사가 합병하면 수소·암모니아 추진 선박 등 차세대 선박을 공동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합병이 무산되면 각자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합병이 좌초되면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돈을 안 들이고 대우조선해양을 품어 공룡 조선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고,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 관리를 벗어나 새 주인을 찾을 기회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