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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혈주의 깬 신동빈…외부 인사로 쇄신 나선다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11/26 10:03:23

    롯데그룹이 매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지켰던 '순혈주의' 기조를 깨고 각 분야 외부 전문가들을 인사 조치하며 쇄신에 나섰다. 그룹 내 팽배한 위기상황을 보다 빠른 인적 쇄신으로 극복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와 조직 개방성을 강조했다.


    사상 첫 외부수혈…유통군 총괄에 홈플러스, 호텔군 총괄에 놀부 출신 인사


    롯데그룹은 25일 롯데지주를 포함해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눈에 띄는 인사는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를 롯데 유통군 총괄 대표(부회장)로 선임하고 호텔군 총괄대표로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영입했다는 점이다. 특히 유통 사업부문의 주력인 롯데백화점을 외부 인사로 채운 것은 1970년 롯데백화점 설립 이후 51년 만에 처음이다.


    먼저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부회장)는 글로벌 유통 전문가로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DFI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 대형마트, 슈퍼마켓, H&B 스토어, 편의점 등 1만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홍콩 소매유통 회사다. 롯데 측은 김상현 총괄대표가 국내외에서 쌓은 전문성과 이커머스 경험을 바탕으로 유통사업에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텔군 총괄대표로 선임된 안세진 사장도 외부 인사로 발탁된 인물이다. 신사업 전문가로 평가받은 안 사장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안세진 총괄대표는 신사업 및 경영전략,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호텔 사업군의 브랜드 강화와 기업가치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받았던 호텔과 면세 사업의 부진으로 물러난 이봉철 호텔롯데 대표이사의 자리를 대신해 관련 사업의 부진을 털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롯데컬처웍스 대표로는 최병환 CGV 전 대표를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했다. 롯데멤버스에는 신한DS 디지털본부장 출신 정봉화 상무를 DT전략부문장으로 임명했다. 그간 외부 인사를 지양했던 롯데 인사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대목이다.


    롯데에 들이닥친 위기, 외인부대 영입으로


    롯데가 이례적으로 '정통 롯데맨'이었던 임원 2명을 퇴진시키고 외부 인사까지 발탁한 배경에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상황이 있다. '롯데맨'으로 통하는 강희태 유통BU장(부회장)과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사장)의 퇴진은 실적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강 부회장은 유통BU장으로서 롯데의 유통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업무를 맡았다.


    강 부회장이 대표로 자리했던 2017년부터 롯데 유통사업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강 부회장 임기동안 새롭게 선보였던 점포들이 잇단 부진에 시달리며 그의 경영능력에도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롯데는 백화점 업계 1위지만 점포 기준으로 보면 매출 1위는 현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이 30년 넘게 1위 자리를 수성해 오다가 지난 2017년 처음 2위로 밀린 뒤 회복을 못하고 있다. 롯데가 지난해 4월 야심차게 출범한 '롯데온'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시장에서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의 경우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받았던 호텔과 면세 사업의 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콧대 높던 호텔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전례없던 할인전을 벌였고 면세점은 매출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이를 반증하듯 호텔롯데는 올해 1~9월 영업손실이 약 2500억원을 기록해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 같은 '롯데맨'들의 퇴진에 대해 외부에서는 신 회장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했고 롯데 내부에 위기 상황이 팽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뒤늦게나마 신 회장이 깨달으시고 큰 조직을 되살리려면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인지하신 것 같다"며 "외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쇄신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