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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공약] 가계부채, 기본대출 vs LTV 80%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11/23 10:00:54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들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며 표심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늘어난 유동성을 바탕으로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등세가 지속하면서 차기 정부의 해법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차기 정권을 놓고 경쟁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공약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동산, 정책금융, 에너지 정책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주요 공약들이 하나 둘씩 공개되고 있다.


    표심에 호소하는 공약인 만큼 양대 정당의 대선후보들은 금융정책에 대해서도 파격적이고 폭 넓은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금융불균형 누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들이 자산가격 급등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내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누구나 1000만원까지 최대 20년간 약 3%의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본대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 방식으로 지원되는 기본대출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1000만원을 갚지 않아 취업이 제한되거나 월급을 차압당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기초생활대상자에게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정부지원금이 지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본대출이 오히려 재정지출을 줄이고 기초생활대상자로의 전락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본대출을 시행하려면 재원마련을 위한 증세가 불가피하고 고신용자가 은행권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금리도 이미 3%를 넘어서기 시작한 상황에서 돈이 급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기본대출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도대출이 실제 이용한 액수와 상관 없이 한도 전체가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개인 및 기본대출을 제공하는 은행권의 신용도 하락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후보가 보편적인 금융지원을 강조한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지원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신혼부부와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현재 40%인 LTV 규제를 80%로 완화시키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무주택 서민·실수요자를 위해 최대 4억원 한도에서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60%, 조정대상지구의 경우 70%까지 LTV를 허용키로 했는데 윤석열 후보의 공약은 이보다 한도를 더 확대한 것이다.


    이와 함께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30년 이상 장기저리로 자금의 80%를 대출해주는 지원하겠다는 정책도 밝혔다.


    실수요자에 한해 규제를 완화하고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펼치겠다는 것이 윤석열 후보의 계획이나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유동성으로 집값이 급등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윤석열 후보의 공약은 집값 상승세를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향후 구체화되면서 더 많은 평가가 이뤄지겠으나 여·야 대선후보의 금융 관련 정책들은 금융불균형 누증을 이유로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고 있는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가계대출 증가와 자산가격 상승이 소비자들의 불안심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가계부채 및 부동산 대책을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따라 차기 정부의 정책 성패가 달렸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는 크게 급격한 규제에 따른 규제회피심리와 군중심리로 구분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이 정부 지침에 따라 연소득 범위로 한도대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당장 대출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규제 이전에 한도대출의 한도를 최대한으로 늘리는 사례가 급증했다"며 "정부가 서둘러 규제에 나서는 모습을 보게 되면 소비자도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라는 심리가 높아져 규제 시행 이전에 불필요한 금융활동에 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의 지인들이 신용대출로 투자에 나서서 큰 이익을 거뒀다는 말을 들으면 투자에 나서지 않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대출을 받아 잘 알지 못하는 종목에 투자하기도 한다"며 "특히 청년층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표적 주택가격지수인 '케이스-실러 지수(Case-Shiller Housing Price Index)'를 개발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지난 5월 주택과 주식, 암호화폐 등 자산에 거품이 형성돼 있다며 군중심리가 코로나19 직후 바닥을 찍은 주가의 대반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구기관들은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장기적으로 성장을 억누르지 않도록 정책적인 노력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부채가 확대된 상황에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경우 실물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채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금리가 동일한 폭으로 상승하더라도 이자비용 부담이 더 크게 확대되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커질 수 있고 금리인상이 소비·투자로의 현금흐름을 제약해 총수요를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 천소라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천소라 연구위원은 "금리인상 필요성은 인정하나 현재와 같이 고부채 국면에서는 물가상승률과 부채증가율 억제효과보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며 "아직까지 우리 경제가 견고한 회복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이 경기에 미칠 부작용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우려는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금통위원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제기한 바 있다.


    지난 7월 15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과도한 부채부담으로 금리정상화가 불가능해지는 '부채함정(Debt Trap)' 가능성을 거론한 고승범 위원장은 당시 금통위원 중 유일하게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고승범 위원장은 지난 18일 화상으로 참석한 금융안정위원회(FSB, Financial Stability Board) 총회에서도 최근의 과도한 부채와 자산가격 상승으로 금융균형이 누적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방하며 가계부채 관리에 역점을 둘 것을 강조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의 영향을 평가할 때는 주택시장을 통한 파급효과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춘성 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로 단기적으로는 주택거래량 감소, 관련소비 둔화 등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으나 정부의 강화된 주택공급 정책, 시장의 견조한 신규주택 수요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건설 및 관련 내구재 경기가 대출 증가율 관리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증가를 통한 주택가격 상승은 신규 주택매수자와 기존 주택보유자의 자산효과를 통해 성장에 일부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장기간 누적되는 부채상환 부담은 소득이 개선되지 못하거나 경제충격이 발생할 경우 침체의 골을 깊게 하고 회복의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장기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늦춰 잠재적 위험을 감소시키고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일관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