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뉴스

    "간섭 않겠다더니"…시중은행, 우대금리 '눈치게임'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11/23 10:00:07

    최근 대출금리 급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금융당국이 사실상 시장 개입에 나섰다. 가계대출 억제의 한 방법으로 금리인상을 시현해 온 시중은행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부상했다.


    은행권에서는 그간 축소했던 우대금리를 되돌리는 등 핀셋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미세한 조정이다. 다만 먼저 치고 나가는 은행에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다. 자칫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넘어서면 내년 대출한도에 불이익을 받는다. 시중은행들 간에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2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시중 은행들의 대출금리 실태 점검을 예고하면서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19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불러 "영업 현장에서 각 은행의 대출금리, 특히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산정·운영이 모범규준에 따라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에서는 시장 금리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입장을 바꿔 사실상 은행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정할 때 은행에 유리하게 정하지 말라는 경고라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우대금리는 0.04%p 낮아진 상황이다. 반면 가산금리는 0.35%p, 신용대출금리는 1.26%p가 올랐다.


    금융당국이 직접 압박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그간 깎았던 우대금리를 되살려 대출금리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누가 먼저 우대금리를 되돌릴 것이냐를 두고 은행 간 눈치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다. 우대금리를 섣불리 먼저 올렸다가는 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가계부채 총량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매년 초 제출해온 가계대출 취급 계획을 연말로 앞당겨 내야 하는 상황이라 은행들의 대출 총량 관리가 더 엄격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18일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은 농협은행이 7.25%로 가장 높고 KB국민은행 5.52%, 신한은행 5.39%, 하나은행 5.14%, 우리은행 5.06% 순이다. 금융당국이 설정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5~6%다.


    은행권에서는 연말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대출금리 완급 조절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는 우대금리를 올려 금리를 낮추긴 어려울 것 같다"며 "가계대출이 한쪽으로 쏠리면 난감해지는 상황이라 어느 은행이 선제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당장 강제적으로 지시한 사항은 없다"며 "연말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실패하면 내년 가계대출 한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단은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