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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법] 라이더 둔 플랫폼 "아직은 불명확…판례 보며 대응해야할 듯"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12/17 10:55:35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가 '안전'을 화두로 철저한 대비에 나섰다. 법 시행에 대응해 안전 분야 조직을 강화하고 선제적인 점검을 통해 그간 취약했던 안전조치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첨단 기술을 활용한 사고 예방 및 대처능력 강화를 시작했다.[편집자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유통업계가 관련법을 '열공' 중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CEO)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유통업계에선 산업계 움직임에 따라 관련 법 파악에 나섰지만 유통업계 곳곳에선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배달업계다. 배달업체와 라이더 간 계약 관계가 일반적인 '기업과 근로자'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명확한 확신이 없어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 보호였다면 중대재해법은 이보다 대상을 확장해 도급·용역·위탁 계약 등 노무를 맺은 경우에도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하도록 했다.


    배달업계의 대표 주자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은 좀 더 지켜보겠다는 관망 분위기다. 배달업계는 2개 축으로 나뉜다. 배달의민족(배민)·쿠팡 이츠 처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와 생각대로(로지올)·바로고 등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로 구분된다. 배달앱은 또 2개 서비스로 분류된다. 직고용 라이더 조직이 직접 배달하는 쪽과 배달대행업체를 통한 서비스다.


    만약 한 배달업체가 중대재해법을 위반하면 수사기관과 주무부처는 직접적인 책임을 질 주체를 판단하게 된다. 라이더에 대한 플랫폼의 통제와 책임 소지가 약할수록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지만, 산안법보다 확대된 범위로 인해 이마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배달업계 전반은 혼란스러운 상태다. 결국 라이더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주체가 당장 배달앱인지, 배달대행업체인지인지, 식당 주인인지, 라이더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달부터 전국 28개 음식배달 플랫폼 업체를 대상으로 산안법 준수 여부 점검했다. 라이더 산재사고를 예방한다는 취지로 실시한 이번 점검은 고용부가 배달업계만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나선 첫 점검이다. 이 결과 배민라이더스 운영사 우아한청년들에 과태료 1000만원을 냈다. 이륜차를 정비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배달대행 1위업체인 '생각대로'도 같은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이를 두고 배달업계는 "중대재해법 시행 예고와 준수를 강조하는 일환으로 우선 산안법 이행 여부를 점검하면서 라이더 산재사고를 예방토록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배달업계 뿐만 아니라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커머스 업계와 플랫폼업체도 택배기사를 직접적으로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을 뚜렷하게 대비하고 있지는 않은 모양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행일이 한달여 남았고 업체들이 당장의 영업에 골몰하고 있는데다 택배 기사를 직접 고용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건별로 책임 소재나 의무의 내용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면서 "해당 법의 판례가 쌓이고 업계가 경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배송기사(쿠팡친구)를 100% 직접고용하고 있는 쿠팡은 만전에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평균 인역 4000명으로 집계되는 쿠팡친구는 주5일 근무제와 15일 이상의 연차휴가를 보장받고 출근 첫날부터 4대 보험도 보장받고 있다.


    다만 국내 최대 물류센터를 보유한 쿠팡으로선 물류센터 안전설비 정비에 대한 숙제는 남아 있다. 지난 6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건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과도한 배송 경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국내 다수의 이커머스 배송업체 물류창고도 쿠팡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로켓배송' 핵심 시설인 쿠팡 물류센터는 현재 전국적으로 170여 곳에 달한다. 그러면서도 쿠팡은 물류센터 신규 투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쿠팡이 물류센터에 들인 누적 투자규모는 1조2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쿠팡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에만 안전전문 인력 700명을 추가로 고용했고 안전관리를 위해 25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면서 "쿠팡 모든 부문에서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지속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이커머스 관계자는 "물류센터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도·점검을 해나갈 계획"이라며 "화재예방 시스템을 마련함은 물론 자율점검을 하고, 화재예방 조치를 확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