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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에 미래 고객 뺏길라"…마음 급한 시중은행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12/08 14:54:32
은행들이 미래의 소비 주력 세대인 10대 고객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기반 비대면 은행들이 관련 시장을 무섭게 선점해 나가자 시중은행들도 부랴부랴 관련 서비스를 내놓으며 뒤쫒는 형국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청소년 대상 금융서비스인 '카카오뱅크 미니'가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미니에 가입할 수 있는 만 14~18세 이하 청소년은 약 233만명으로 해당 연령대의 청소년 10명 중 4명이 미니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가입자들의 이용 실적과 금액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미니는 은행 계좌가 없어도 돈을 보관하고 이체할 수 있는 데다 현금 인출, 교통카드, 결제 기능 등을 갖춰 사용도가 높다.
카카오뱅크 미니 성장세가 무서운 까닭은 이들 10대 고객이 성인이 됐을 때에도 같은 플랫폼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니 고객 가운데 입출금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연령(만 18세 이상)이 됐을 때 계좌를 개설한 비율은 90%에 달한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이르는 MZ세대가 가장 익숙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금융서비스도 시중은행보다는 카카오뱅크와 같은 빅테크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빅테크와 은행의 협업 확대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가 생각하는 중요 금융기관(1,2,3 순위 합산 기준)은 카카오뱅크가 43.8%로 가장 높았고 이어 네이버페이 38.2%, 시중은행 37.7% 순이었다.
MZ세대 10명 중 8명은 시중은행보다 빅테크를 주요 금융 결제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빅테크 기업들이 10대 고객을 빠르게 점유하고 나서자 시중은행들도 뒤늦게 Z세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한은행은 신한카드와 함께 10대 전용 간편결제 서비스 '신한 밈(meme)'을 출시한 뒤 한 달 만에 약 10만명의 고객을 모았다. 카카오뱅크 미니 가입자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지만 편의점·음원 스트리밍·앱마켓 등 청소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결제처에서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혜택을 제공해 빠르게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Z세대 전용 앱인 '리브 넥스트'를 선보였다. 신분증이 없는 10대 고객도 개설 가능한 만 14세에서 18세 전용 선불전자지급 수단 '리브포켓'을 이용하면 수수료 없이 송금·입금 가능하고 페이 기능으로 결제도 할 수 있다. 또한 은행보다 편의점이 익숙한 10대 고객을 위해 편의점 충전 서비스가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부모가 준 용돈을 잘 굴릴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한 '아이부자' 앱을 출시했다. 부모의 휴대폰 동의 절차를 거치면 만 14세 미만 어린이도 가입 가능하다. 자년 회원은 이 앱을 통해 모으기(용돈·알바·저축)와 쓰기(결제·송금·ATM 출금), 불리기(주식투자 체험)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은행들은 이 같은 움직임은 당장의 수익보다 잠재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 업무가 디지털화 되면서 시중은행들의 위기감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미래 고객까지 빼앗길 수 없다는 위기감에 서둘러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