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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계 시계제로] 불붙은 유가에 정유·항공 '희비'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10/19 16:13:46

    업계가 환율과 유가가 치솟고 여기에 반도체 공급 부족과 물류 대란 등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수출 산업이 호기를 맞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지만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산업 등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의 가파른 상승 또한 산업별 희비를 낳고 있다. 자동차와 IT 산업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하반기 계획했던 신제품 출시를 내년으로 미루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글로벌 물류 동맥경화는 수출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산업계가 팬데믹 여파에 예상치 못했던 악재들로 경영시계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편집자주]



    SK 울산 컴플렉스. ⓒSK이노베이션SK 울산 컴플렉스. ⓒSK이노베이션


    국제유가가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르자 산업계는 정유·석유화학·항공 등 업종별로 희비가 교체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이 회계상 재고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실적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항공사들은 연료비 부담 상승에 따라 운임 인상의 압박이 커지고 있어 울상이다.


    1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87달러 상승한 81.3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는 글로벌 백신 접종률 상승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 기대 및 수급 불균형 우려 등으로 하반기 들어 다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WTI 유가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브렌트유는 지난 2018년 10월 이후 3년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 기준 50달러 초반이던 연초와 비교해선 60% 이상 급등했다.


    유가 상승의 주된 배경은 수급 불균형이다. 지난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산업생산과 에너지 수요가 커졌다. 반면 팬데믹 확산이 지속되면서 석유 개발 투자는 부진했다.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꿈꾸는 각국의 친환경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연내 유가는 2014년 이후 7년 만에 100달러에 도달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북반구의 겨울 한파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석유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말 브렌트 유가 전망치를 기존 80달러에서 90달러로 상향했다.


    유가 상승은 기본적으로 산업계에 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유, 화학, 운송 등 석유를 원료로 쓰는 업종들은 물론, 전력 등 에너지 비용과 물류 비용 상승으로 대부분 산업이 영향을 받는다.


    정유업계는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재고물량에 대한 평가 가치가 뛰고 제품 가격 상승에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


    일단 유가 상승은 정유사들의 재고 평가이익을 키워 실적 상승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도입한 뒤 판매하기 까지 1개월 이상 시차가 존재하는데, 이 기간 유가가 상승하면 비축된 원유가 가치가 상승한다. 이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던 지난 상반기 정유사들은 수천억원의 이익을 봤다.


    최근 제품 수요도 서서히 회복 흐름을 타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을 제품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요의 뒷받침 없이 유가만 뛰었다면 자칫 정유사들의 마진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7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주요국의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따라 정유 부문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면서 “유가의 추세적인 상승이 전망되는 가운데 난방유 등 수요가 급증하게 되면 내년 상반기까지 호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급격한 유가 상승은 장기적인 수요 개선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유가 상승은 석유 수요 회복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향후 유가 추이와 막 물꼬를 튼 제품 수요 회복 및 마진 개선 상황을 모니터링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대한항공


    항공업계로서는 유가상승이 직격탄이다. 항공기를 띄울 기름값이 뛰면 각사들은 극심한 수익악화를 우려할 수 밖에 없다. 항공사의 전체 비용 가운데 유류비의 비중은 20% 수준으로 유가가 1달러만 상승해도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유가 1달러(배럴당) 변동 시 약 3000만 달러 손익변동 발생하며, 저비용항공사(LCC) 대표주자인 제주항공은 항공유 5% 상승시 15억6900만원의 영업비용을 발생시킨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유가 10% 변동 시 16억7760만원의 영업손실을 떠안는다.


    세계 주요국의 '위드 코로나' 움직임에 따라 업황 회복을 기대하고 있던 항공업계는 국제유가·환율 급등에 찬물을 뒤집어썼다. 항공업계는 통상 유가가 낮을 때 미리 구매계약을 맺는 '헤지'를 통해 위험을 관리해왔지만 코로나19로 경영이 위축돼 연료를 미리 비축해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분기 평균 항공유가가 배럴당 7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5% 급등했는데 수요 회복에 따른 추가 상승이 불가피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마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순손실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