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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속 은행 실적잔치…"누굴 위한 규제?"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11/17 14:12:54
가계 빚을 줄이려는 정부 정책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설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 인상을 통한 예대마진으로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금융업계의 과점화를 지적하며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금융당국은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에서 예금했을 때 받는 금리와 대출했을 때 내는 금리가 11년 만에 가장 큰 차이로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은행들이 거둬들인 이자이익은 34조원에 육박했다.
올해 3분기 19개 국내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5% 증가한 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은행의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 12조1000억원보다 3조4000억원이나 많은 금액이다.
특히 3분기까지의 누적 이자이익은 33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9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은행들이 이자이익으로 실적잔치를 벌이는 동안 서민들의 금리 부담은 커졌다. 지난 16일부터 적용된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최고 4.78%로 한 달 전(4.67%)과 비교해 0.11%p가 올랐고 연말에는 5%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내야 할 이자가 최근 몇 달 새 불어난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은행들도 입장은 있다. 정부가 대출 총량을 규제하고 있지만 수요는 그대로인 탓에 금리를 올려 문턱을 높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대출수요는 줄지 않고 있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산업 과점화가 깨지지 않는 이상 금리 상승기에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은행들끼리 공격적인 영업으로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독과점화 돼 있는 은행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담합처럼 금리가 결정되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금리를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근 이 같은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서민금융 신경쓰겠다"고 말하면서도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생각하면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그런 시대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은보 금감원장 또한 "정부당국이 과도하게 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이자 상승은 내년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 당국이 내년 가계대출 증가 폭을 4~5%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에 따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