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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늘린 은행…제조업 경기전망 '좌불안석'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10/29 11:22:55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정부 규제로 가계대출 시장이 조여진데 따른 측면도 있다. 가계대출이 규제로 막히자 기업대출로 대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스레 은행의 기업대출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이지만, 이는 은행의 리스크 요인을 키우는 부분이기도 하다.
올해 4분기부터 중소기업 경기 전망이 악화한 상황에 내년에는 코로나19 특수를 받은 제조업 경기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악화로 자금난에 빠질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부실 채권으로 분류될수 있다는 얘기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중 금융시장 동향' 리포트를 보면 은행권의 올해 3분기까지 기업대출은 7조7000억원 증가했다. 잔액으로는 1049조원이었다.
전체 여신에서 중소기업대출이 90%이상을 차지했다. 중기대출은 7조4000억원 늘어 총 87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도 3조5000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 폭을 기록했다. 중기대출 증가액은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9월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대출 월간 증가액은 7조4000억원으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중소기업은 필요한 자금의 절반을 은행으로부터 조달했다. IBK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1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지난해 신규 자금의 49.67%를 은행에서 3%대 금리로 받았다. 은행 신규 대출의 용도는 인건비(65.2%)와 구매대금(63%)이 가장 많았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의존도도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초까지 가계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3분기까지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을 크게 늘렸다. 연초 대비 증가율은 은행별로 우리(13.5%), NH농협(11.5%), 신한(10.7%), 하나(8.8%), KB국민(6.4%) 순이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은 우리(4%), NH농협(9.5%), 신한(3%), 하나(5.2%), KB국민(4.9%) 등으로 모두 중기대출 증가율을 밑돌았다.
이런 상황에 기업대출에 대한 부실화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이미 다음 달부터 중소기업 경기 전망이 악화하고, 내년에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경기 성장세까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는 11월 업황 경기전망지수(SBHI)가 81.5로 10월 대비 1.9포인트 내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경기전망지수는 9~10월 두 달 연속 상승했다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제조업의 11월 경기전망지수는 85.8로 2.9포인트, 비제조업은 79.3으로 1.3포인트 각각 내렸다. 비제조업 중 건설업은 81.1로 0.3포인트, 서비스업은 78.9로 1.5포인트 하락했다.
중기중앙회는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와 내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여전히 경기가 불안정한 상태에 있고, 또 원자재 수급 애로 및 해운·물류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 경기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 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것은 은행권의 기업대출 부실화를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100.6을 기록했다. 백신접종률 제고에 따른 경제 정상화 기대감으로 9월 전망치(100.6) 이후 3개월 연속 기준선을 상회했지만 10월 전망치(103.4)에 비해서는 2.8포인트 하락했다. 이중 제조업 전망치는 96.5로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제조업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2022년 산업 전망'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교역 증가폭 축소 및 역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주요 산업의 회복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남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팬데믹 특수로 호실적을 보였던 IT, 자동차 등 최종재 제조업의 경기 사이클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최근의 공급망 차질과 중국 경기둔화 리스크, 원자재가 부담이 국내 주요 산업의 회복세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대출은 주담대와 달리 다양한 경제상황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은행 리스크를 키우기도 한다. 이와 관련 실물경제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 작은 시장 충격에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까지 국내은행의 가계·기업대출 증가율과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거의 유사하게 움직였다. 2018년부터는 대출 증가율이 가팔라지는데 반해 GDP 증가율은 낮아지며 간극을 키웠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명목 GDP 증가율은 0.4%, 국내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율은 12.6%에 달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물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매출 부진이 이어지자 대출로 필수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며 "기업의 매출 부진이 지속될 경우 은행의 늘어난 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개별은행과 금융당국은 은행 자산의 잠재 부실 규모를 추정하고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 등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시행해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등 원리금 상환유예 프로그램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은행 리스크 수준은 낮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게 금융권의 중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상반기까지 충당금을 역대로 쌓았기 때문에 손실에 대한 방어가 높아진 상황이지만 내년 경기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정책이 종료될 경우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 지원과 기업대출 의존도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