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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샘 인수' 전략투자 롯데, 헤지펀드 반대 '난감'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09/13 11:34:45

    한샘 인수를 표명하며 인수합병(M&A)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롯데쇼핑이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한샘 경영권 매각에 2대주주인 미국 헤지펀드가 제동을 걸어왔다. 법조계에선 한달내 결론이 날 것으로 관측한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샘 2대주주인 테톤캐피탈파트너스엘피(Teton Capital Partners, L.P.·테톤캐피탈)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가처분을 최근 신청했다.


    테톤캐피탈의 가처분 신청 대상은 지분 매각 주체인 조 명예회장과 강승수·이영식·안흥국·최철진 사내이사다. 테톤캐피탈은 IMM PE가 실시하는 기업실사에 이들 사내이사들이 협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내이사의 위법행위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상법상 위법행위는 회사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말한다.


    앞서 한샘은 지난 7월 한샘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사모펀드 IMM PE와 지분 30.21% 및 경영권 양도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와 함께 10일 롯데쇼핑이 IMM PE가 인수를 위해 만드는 펀드에 2995억원을 출자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가 순항하던 상황에서 테톤캐피탈이 경영권 양도를 돌연 반대해온 것이다.


    모처럼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사업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던 롯데로선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를 해보기도 전에 복병을 만난 셈이다.


    테톤캐피탈은 13년째 한샘 장내 매수를 통해 한샘 지분을 사들여온 2대주주다. 현 경영진이 추진 중인 M&A로 기업 가치가 되레 떨어질 수 있다며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 일부에선 테톤캐피탈 자신들도 2대주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고 싶다는 상징적 발언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테톤캐피탈이 신청한 가처분은 한달내 인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은 사태의 시의성을 살펴보기 때문에 한달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의 권리가 점차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법원이 어떻게 결정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이번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쪽과 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소수주주의 권리를 처음으로 제시한 사례인 만큼 법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교차 중이다.


    일단 거래에 제동을 건 테톤캐피탈의 행위가 합리적인 주주 권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우선시 하는 풍토가 강해 40년 자본시장에서 소수주주들은 제대로 된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테톤캐피탈의 가처분 신청은 소수주주도 장기투자자란 선한 투자 의도를 가졌으면 제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 시장에 새로운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봤다.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쇼핑 보유 현금 규모 ⓒIBK기업은행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쇼핑 보유 현금 규모 ⓒIBK기업은행


    반대 시각도 존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2대 주주인 테톤캐피탈이 이른바 '갑질'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면서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기업 인수합병을 무산시켜온 기존 사례와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주요 주주 간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는 법과 법적 선례가 없기 때문에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석했다.


    해당 거래에 업계의 관심도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간 유통업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경쟁사에 밀리는 행보를 보였던 롯데가 본격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도 해보기도 전에 걸림돌을 만났다"면서 "IMM PE가 롯데를 설득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을 텐데 롯데 입장에선 법원 판단을 보고 최종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거래 구조를 짠 IMM 입장에선 최대한 이 거래가 성사되도록 백방으로 애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IMM으로선 그동안 경영해온 기업들의 가치를 끌어올려온 자신들의 트렉레코드를 앞세워 테톤캐피탈을 설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서 IMM은 LX하우시스보다 다양한 유통채널을 둔 롯데와의 시너지가 크다고 판단해 롯데에 이번 거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롯데 측은 “법원의 진행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만약 법원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롯데는 계획대로 가구·인테리어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현금 동원력도 충분하다. 거래 주체인 롯데쇼핑의 6월 기준 보유현금은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로써 신세계, 현대백화점과 함께 백화점업계 '리빙 삼국지' 역사를 쓰게 되는 것이다. 롯데가 가전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가전+인테리어), 롯데건설(빌트인 가구)을 비롯한 롯데 계열사를 통해 가구·인테리어 사업을 전개하면 롯데의 시장 영향력은 막강해질 전망이다. 새로운 유통 전쟁이 펼쳐지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