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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약제 변경 카드 또 만지작…"전문가도 헷갈려"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09/02 14:33:33

    미혼 혹은 자녀가 없는 2030 신혼부부들의 청약 기회를 넓히는 방안이 검토되자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땜질식 처방에 시장 혼란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세대간 갈등마저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주택청약 특별공급제도(이하 특공)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다. 청약 특별공급에서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들의 당첨 기회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생애 최초 특별공급을 받으려면 기혼자여야 한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서울 등 인기지역은 자녀가 2명 이상은 돼야 당첨이 가능하다.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 등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특공에서는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에 밀리고 가점제에서는 높은 점수를 가진 4050세대에 밀리면서 청약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청약 당첨 기대감이 사라진 2030세대가 최근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서면서 되레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아파트매매 거래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총 2만9399건의 아파트 가운데 41.4%(1만2179건)를 30대 이하가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젊은층의 매수세가 몰린 지역이 집값도 오름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30대 이하가 가장 많이 매입한 노원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최근 20주 연속 서울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당정이 청약제도를 다시 손질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벌써 20번이 넘는 제도 개편이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정부 출범 이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1년에 4번 꼴로 총 20회 개정됐다. 이렇다 보니 예비청약자들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조차 헷갈리는 지경까지 도달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청약제도가 거의 계절별로 달라지다보니 전략을 짜는 일도 쉽지 않다"며 "상반기에 짰던 계획이 하반기엔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거듭된 개정으로 인해 정부의 취지와 달리 세대 간의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 초반에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혀준다며 가점제 공급을 대폭 늘렸다가 최근에 다시 2030세대를 위한 물량을 늘리리면서 시장에 혼란을 준 탓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치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다 보니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라며 "청약제도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데 2030 기회를 확대하면 4050 물량이 줄어 세대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공급이 한정된 상태에서는 어떤 식으로 제도를 운용해도 제로섬 게임이 될 뿐"이라며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제도는 시장변화를 쫓아가느라 전문가들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누더기형 제도가 돼 버렸다"며 "시장 상황에 맞게 틀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