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경상지역에 깃발을 꽂은 뒤 중원인 충청지역으로 '북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역 맹주로 군림하고 있는 하나은행의 아성에 균열을 낼지 관심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충청권에서 금융영업을 확대하는 한편, 대학교가 밀집한 대전시에서는 창업기업 육성을 통해 혁신 역량을 수혈한다는 전략이다.

창업육성 플랫폼인 'IBK창공'을 서울 마포·구로구와 부산에 이어 대전까지 확장했는데, 입지를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Art&Science) 내 사이언스센터로 택했다. 새로이 건설된 중부지역의 랜드마크급 건물인 만큼 접근성에 있어 최적의 입지라는 평가다.

특히 대전 유성구 엑스포로에 위치한 IBK창공 대전은 지근거리에 카이스트(KAIST)와 충남대학교를 두고 있다. 이 대학들은 대전 소재 대학교 중에서도 창업 육성을 위한 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기업은행은 풍부한 수요에 기반한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전 지역에서 지방 최초로 충남대학교 내에 팁스타운을 조성했다. 팁스 참여 창업기업이 지방에서 가장 많은 곳이 대전이어서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교내 창업만으로는 생태계 형성이 부족하다"며 대전과 세종에 일반인 창업을 지원하는 '카이스트 창업지원센터'를 개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주변의 과학기술 관련 연구시설, 공공기관, 대학 등 우수한 산·학·연 인프라를 갖춘 대덕연구개발특구 사이언스 콤플렉스에 위치해 다양한 업무협력이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IBK창공 대전은 창업 7년 미만의 기업을 대상으로 혁신 창업기업 1기 모집을 9월 30일 오후 2시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선발기업에는 올해 12월부터 6개월 동안 투자, 대출 금융지원과 은행이 출자한 펀드를 활용한 간접투자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또 멘토링·컨설팅, IR, 홍보, 국·내외 판로지원 등 다양한 비금융 지원을 제공한다.

기업은행과 IBK창공 육성기업 간 협업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동산 가격과 담보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술을 가진 부동산 IT 스타트업 탱커와 협업해 기업은행은 국내 최초로 AI를 활용한 부동산 자동심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7년 12월부터 지금까지 369개 기업을 육성한 IBK창공은 대전에서 잠재적 협력기업을 넓힐 전망이다.

충청권에서 기업은행의 영향력은 확대세다. 지역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신속한 금융지원을 하기 위해 한국중부발전과 '소상공인 대상 신동반성장 협력대출' 협약을 체결, 1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동반성장 협력대출을 지원했다. 한국가스기술공사와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협력펀드를 20억원 추가 조성해 총 8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은행권에 있어 충청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균형발전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과반수의 중앙행정기관이 자리잡은 것은 물론,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논의도 탄력이 붙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충청권 메가시티'를 공약하고 있다.

인구 수와 민간기업의 확대에 따른 대출수요 증대가 예상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세종시는 지난해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2조81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8.7% 늘어 전국 지역 중 가장 높은 대출증가율을 보였다.

1998년 충청은행을 인수해 '충청권 대표 은행'을 표방하는 하나은행의 영향력은 예전같지 않다. 하나은행 전체 순이익에서 충청영업그룹의 비중은 2018년만 8.1%에서 올 상반기 6.2%로 하락세다. 또 금융당국의 지역재투자 평가에서 하나은행은 대전지역에서 최우수, 충북에선 양호 등급을 받았으나 충남세종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 대구, 광주, 경남, 제주 5개 지역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행은 영향력을 충청권까지 확대할 태세다. 기업은행 충청지역본부는 관내 공공기관 및 중견기업과 협약을 맺고 각자 자금을 출연해 기관과 관련한 협력 업체에 자금을 공급하는 '동반성장협약'을 실시 중이다. 채권 관리 업무와 기관 영업 업무를 병행해 타 지역본부에 비해 큰 규모를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