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위치 :뉴스
폭풍전야 바닷길, HMM 배 멈추면 무슨 일 벌어질까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08/25 11:48:36
수출 바닷길의 3분의 1 가량을 책임지는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의 배가 멈출 위기에 놓였다. 임금 인상폭을 두고 노사가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HMM 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는 지난 23일 이미 파업을 결의한 상태이며 경쟁사로의 단체 이직도 고려하고 있다. 오는 30~31일 육상노조(사무직 노조)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될 경우 1976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이 된다.
국적 선사인 HMM 노조의 파업으로 선박 운항에 차질이 생기면 직격탄을 맞는 HMM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HMM "적자 겨우 벗어났는데"
HMM 노조의 파업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HMM의 당장의 실적 저하는 물론 경쟁력 급감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HMM은 올해 상반기 2조408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실적만 놓고 보면 성과급 파티를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HMM은 지난 10년간 적자 상태였다. 지난해 말 기준 455.11%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40.83% 수준으로 낮추는데 성공했지만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해운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꼽히기 때문에 선박 공급과잉에 따른 운임하락 등에 지금부터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호황을 충분히 활용해 곳간을 채우고 대형 선박·디지털화 등에 재투자가 시급하다.
HMM 사측은 노조가 약 3주간 파업을 실행할 경우 얼라이언스에 미치는 예상 피해액이 타 선사 선복 보상에 따른 직접적 영업 손실 등 약 5억8000만 달러(약 6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비용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물류 차질로 인한 신뢰도 추락도 우려된다. 최악의 경우 어렵게 가입했던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파업 자체로 퇴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파업 장기화로 손실이 계속될 경우 동맹의 이익 보호 차원에서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
◆안 그래도 배 없는데…수출기업들 발 동동
국내 유일의 대형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파업은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분기는 블랙 프라이데이·성탄절 등을 앞두고 물동량이 집중되는 시기다. 넘치는 물건을 실을 배가 없어 운임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실제로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4300p를 훌쩍 넘어서며 2009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HMM은 중소 수출기업들의 극심한 물류난 완화에 기여하기 위해 36차례나 임시선박을 투입했고 거의 대부분의 선박이 만선으로 출항했다.
선원법에 따라 운항 중에 있거나 해외 항만에 정박해 있는 경우 선원이 파업을 할 수 없지만 해외에서 돌아오는 선원들은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 영해에 머물 수 있다. 모든 배가 일제히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배 1~2척이라도 운항에 차질이 생겨도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선박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HMM의 배가 멈추게 되면 가뜩이나 높은 컨테이너 운임의 상승을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운임 상승은 고스란히 수출기업들이 감당해야 한다.
정부와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이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해운재건 계획도 물거품 우려
HMM 노조의 파업이나 해원노조의 단체 이직 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의 경쟁력은 한국 해운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HMM을 살리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HMM의 회생을 위해 조단위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HMM 선대 대형화·효율화를 위해 2018년부터 올해까지 2만4000TEU 컨테이너선 12척·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6척의 건조도 지원했다.
화주와의 신뢰관계가 중요한 해운산업에서 한 번 떨어진 신뢰도는 회복하기 어렵다. 지난 2017년 한진해운의 갑작스러운 파산으로 한국 해운사들은 글로벌 화주들에게 신뢰를 잃었고 이를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세계적으로 물류대란인 상황이기 때문에 파업 시 글로벌 화주들의 신뢰도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그간의 투자가 무위에 그칠 수 있다.
경쟁사인 스위스 MSC로 HMM 선원들이 이탈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국내 해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임금을 동결해 고통을 분담해왔던 노조의 입장도, 20% 이상의 높은 임금 인상이 쉽지 않은 HMM의 입장도 전부 이해되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물류 대란만큼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산은·협회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