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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균형' 꺼내드는 연준, 규제강화 나설까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08/17 14:51:33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코로나19 위기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자산가격이 급등하며 금융불균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정치권을 중심으로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교체론이 불거지면서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기존의 연준 정책을 지속하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겪었던 금융리스크를 반복하지 않도록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은 오는 8월 26~28일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잭슨홀(Jackson Hole)에서 열리는 경제정책 심포지엄 주제를 '불평등한 경제 속의 거시경제정책(Macroeconomic Policy in an Uneven Economy)'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및 금융기관, 학계, 금융시장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는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Tapering) 시기와 관련해 이전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상승률이 일정 기간 2%를 넘어서더라도 금리인상을 하지 않는 평균물가목표제(Flexible Form of Average Inflation, Targeting) 도입을 선언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통화정책 전환 등 주요 이슈들이 발표되는 자리인 만큼 금융불균형을 주제로 하는 이번 잭슨홀 미팅에 대한 관심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과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제 양극화는 우리날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 Estate Broker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183개 대도시 중 182개 지역에서 단독주택 중간판매 가격이 전년동기 대비 10% 이상 올랐으며 12개 대도시는 30% 넘게 폭등했다.
평균판매가격은 35만7900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22.9% 급등했는데 이는 196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우리나라도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9조7000억원 증가하며 올해 증가 규모가 이미 5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주담대 증가 규모도 36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 수준을 소폭 웃돌았다.
8월 9일 기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39% 오르며 2012년 5월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집값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정부의 경고와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 상승폭이 커지면서 더 늦기 전에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영끌대출'과 내집마련을 포기하고 주식, 암호화폐 등에 몰리면서 신용대출도 동반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미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파월 의장에 대한 교체론이 제기되면서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연준 이사가 파월에 이어 차기 의장으로 유력시되고 있으나 의장의 교체가 테이퍼링 시기나 평균물가목표제 등 연준의 기존 행보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브레이너드 이사가 금융규제에 적극적인 성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미국 여당인 민주당의 규제강화 행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완충자본 적립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파월 의장과 부딪혔던 브레이너드 이사는 올해 들어서도 아케고스 사태를 언급하며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전이시킬 수 있는 헤지펀드와 다른 차입거래 주체들에 대해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은행들 상황이 개선됐다면 배당을 해도 된다는 연준의 방침에 맞서 별도의 성명서를 내며 "위기상황에서도 은행자본의 완충력을 고갈시킬 수 있는 현재 수준의 배당을 허용한 연준의 결정은 지지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시스템리스크 예방대책 마련, 파생금융상품 규제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장치 신설 등을 골자로 한 도드 프랭크법(Dodd-Frank Act), 금융회사의 위험투자 및 대형화를 제한하는 볼커룰(Volcker Rule) 등을 신설하며 금융규제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금융규제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완화됐다가 코로나19 위기와 함께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브레이너드 이사는 아케고스, SPAC, 암호화폐, 부동산 시장 등 전반적인 자산가격의 버블 우려를 지적하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경기둔화 등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자산가격의 급락과 함께 버블붕괴가 주는 충격이 상당할 수 있는데 이는 금융위기 때와 동일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