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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총받던 제로페이, 은행 총애페이로 '환승'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07/01 14:48:01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 '관치금융'의 산물로 눈총을 보내던 제로페이의 위상이 달라졌다. 이용 소비자와 가맹점 수 모두 크게 늘면서 은행들이 내놓는 앱 서비스 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선보인 체험형 금융 플랫폼인 '아이부자 앱'은 모바일 제로페이를 통해 자녀들이 소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담았다. 이 앱은 하나은행의 기대작이다. 사측이 "가장 '하나은행다운'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고자 출시한 금융 플랫폼"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집안일 돕기, 학습지 끝내기, 강아지 목욕시키기 등 자녀 회원이 원하는 알바를 부모 회원에게 허락받거나 부모 회원이 제안한 알바를 완료하고 인증샷을 찍어 보내면 약속된 용돈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번 돈은 모바일 제로페이로 편의점, 분식집, 문구점 등 제로페이 가맹점 어디서나 간편하게 쓸 수 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원(WON)뱅킹 '우리제로페이' 서비스에서 제로페이 모바일상품권을 판매 중이다. 올해 초엔 서울시 교육청에서 중, 고등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지원한 제로페이 입학준비금 포인트도 우리제로페이에 간편하게 등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도 은행 앱에 탑재된 제로페이로 결제할 때 높은 혜택을 줘 자출족(자전거 출근족)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지난달 따릉이 앱에서 KB국민은행의 '리브' 제로페이를 통해 따릉이 일일권(1시간)을 결제하면 1인당 최대 3회까지 결제금액 100%를 포인트리로 적립해줬다.
제로페이는 은행들이 역량을 기울이는 지역특화 금융과도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강원도는 현재 행정, 경제, 복지 등 강원도정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통합 서비스 플랫폼 '나야나'를 구축하고 있다. 나야나는 강원도민의 모바일 신분증으로 활용될 예정인데, 신한은행과 제로페이 운영사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신한 쏠(SOL)에 적용한 분산신원확인(DID, Decentralized ID) 기술 기반의 '쯩(My ID)' 서비스를 나야나 플랫폼에 적용해 강원도민들이 비대면으로 각종 보조금을 신청하거나 지급받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결원은 강원도민의 모바일 신분증에 제로페이 결제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이렇듯 은행들의 주력 앱에 제로페이가 핵심 서비스로 탑재되는 최근의 동향을 보면 '기관에서 푸시해서' 수동적으로 사업을 한다는 시선과는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제로페이는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이 상점 계좌로 직불결제되는 시스템인데, 공익적 목적으로 운용돼 은행들이 거둬들이는 수수료가 매우 적다는 점이 관치금융의 근거로 작용해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 12월~2021년 2월까지 제로페이 참여 은행 21곳이 지출한 회비는 47억7800만원인데 비해 가맹점 수수료 수입은 5억3928만원에 그쳤다.
은행들은 수입이 아닌 고객 저변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한결원에 따르면 제로페이 가맹점은 지난해 12월 말 73만곳에서 올 5월 말 91만3079곳까지 늘었다. 누적 결제금액도 출시 초인 2018년 당시 3억원에 그쳤지만 올 5월 말 기준으로 2조796억원을 기록했다. 한결원은 올 연말까지 가맹점수 120만개, 누적 결제금액 3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제로페이 고객을 유치함으로써 은행들은 다양한 사업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참전으로 인해 디지털금융 측면에서 고객 접점이 필요해진 은행들에게 제로페이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제로페이는 지자체에서 홍보를 많이해 할인도 많이 적용하고 있어 이점을 느낀 이용자들이 자사 앱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함으로써 고객 저변도 넓어질 수 있다"며 "당국이나 지자체에서 (시켜서) 어거지로 한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정적인 사용자가 꽤 되니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