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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호조 착시?"…경쟁격화·이익감소·점유하락 3중고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07/12 14:44:33

    우리나라 수출실적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수출기업의 10곳 중 8곳은 ‘글로벌 경쟁격화’를, 6곳은 마진율 감소, 5곳은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애로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기저효과와 반도체 경기 호조에 가려진 대다수 수출기업들의 경쟁격화, 시장점유율 하락, 마진율 감소의 ‘3중고’를 점검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2일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글로벌 경쟁상황 변화와 기업의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해외 경쟁강도가 ‘격화추세’라고 응답한 기업이 79.3%에 달했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요인으로 ‘경쟁기업 증가’(61.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시장성장세 둔화’가 46.4%, ‘기술혁신 가속화’가 34.7%로 응답했다.


    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 속한 국가로는 ‘중국’(42.3%), ‘미국’(26%), ‘일본’(20.3%), ‘EU’(18.3%), 베트남(9.7%) 순으로 지목했다. 한국 기업을 경쟁사로 보는 의견도 35%에 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수출호조에도 글로벌 경쟁격화 의견이 많이 나온 것은 포스트 코로나로 본격화되는 국제경쟁에 대한 경계심과 우려 때문"이라며 "반도체, 배터리 등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주요국의 신산업 선점경쟁이 가속화되고 ESG 경영, 양적완화 축소, 탄소세 부과 등 새로운 도전과 미래 불확실성이 누적되는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이 격화되고 가격 인상은 어려워지면서 이익률은 하락세"라는 응답이 많았다. 응답기업 중 최근 ‘마진율 감소’를 경험한 기업은 64%에 달했다.


    실제 원가 상승요인을 수출가격에 온전히 반영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76.3%는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디지털기술 활용현황(단위 : %, 복수응답) ⓒ대한상의디지털기술 활용현황(단위 : %, 복수응답) ⓒ대한상의


    기계장치 제조 A사는 “원가가 오른 만큼 수출가격에 반영하려 해도 해외 발주처에서 거부감이 크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원가 상승이 가격에 반영되는 정도는 잘해야 30%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전자부품 수출 B사는 “주력제품의 수요처가 소수로 정해져 있고 가격경쟁이 치열한 분야라 원가인상을 반영하기 어렵다"며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뛰면 다른 경비를 줄여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 요구나 시장동향 변화를 묻는 질문에 '친환경, 사회적 가치 중시' 등 ‘가치소비가 늘고 있다’는 응답이 53%로 나타났다. 비대면․온라인화 등 ‘거래방식 변화’를 꼽은 기업도 43.3%를 차지했다.


    시장트렌트 변화에 따른 영향을 묻는 질문에 소비재 수출기업의 절반 가까이(47.8%)는 신제품 출시를 자주하고 일정을 앞당기는 ‘제품 출시주기 단축’ 전략을 꼽았다.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선제적 혁신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는 노력은 미흡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거나 계획이 있는 분야로 ‘스마트팩토리․로봇’을 가장 많이 꼽았다(36.3%). 코로나 사태 이후 주목받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연계’가 29.4%, ‘빅데이터’와 ‘AI’ 관련 응답은 28%와 16.7%에 머물렀다.


    디지털 기술 활용의 걸림돌로 ‘인력 및 기술력 부족’(59.6%)이 과반을 넘었다. ‘막대한 투자비용 부담’ 의견도 32.7%에 달했다. ‘방법을 잘 몰라서’라는 의견은 7.7%였다.


    송유철 동덕여대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친환경․디지털화를 비롯한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고 파괴력도 크다"면서 "디지털화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정착에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적은 비용으로 경쟁력을 혁신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 위해 ‘협업네트워크 구축’과 ‘우수인재 양성’ 급선무


    수출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 확보를 위한 과제로 ‘기업간 및 부문간 협업네트워크 구축’(35.3%)을 중요한 요소로 적었다. 이어 ‘우수인재 양성’(23.7%), ‘통신․에너지를 비롯한 신산업인프라 확충’(15%), ‘데이터․신기술 활용 등 혁신여건 조성’(14.7%), ‘규제개선’(11.3%) 순으로 꼽았다.


    인재확보가 필요한 분야로 ‘설계와 연구개발’(35.5%), ‘영업·마케팅’(23.7%), ‘사업기획’(14.8%), ‘데이터 분석’(12.4%), ‘공급망 관리’(4.7%)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규종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디지털화․친환경 등 패러다임의 변화 대비에 중요한 시점인데 경쟁격화와 마진감소, 신제품 출시 등으로 연구개발과 미래투자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차세대 통신·데이터·에너지 인프라투자 확대,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가 가능하도록 펀딩관련 규제완화 등 정책적 지원이 요청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