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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실험단계서만 효과" 뒤늦은 변명
출처:EBN 구변경 기자 (bkkoo@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4/15 14:38:39
남양유업이 발표한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의 코로나19(COVID-19) 억제 효과' 연구 결과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남양유업 측은 "실험 단계에서만 확인했다"며 뒤늦게 변명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료에 대한 실효성을 입증하려면 임상 시험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도 검토해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중림동 LW컨벤션센터에서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열고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의 실험실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과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효과 연구에서도 77.78% 저감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불가리스의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사멸 효과는 한국의과학연구원(KRIBS)에서 개의 신장세포를 숙주세포로 분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저감 효과는 충남대학교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에서 원숭이 폐세포로 연구한 결과다. 연구는 남양유업의 의뢰로 공동으로 이뤄졌다.
박 연구소장은 "발효유 완제품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며 "추가 연구로 세부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면역 증진 제품 개발을 추진하려 한다"고 강조해 마치 불가리스를 음용시 코로나19 치료가 가능한 것처럼 혼란을 야기했다.
이 같은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불가리스는 일부 편의점서 이례적인 '품절' 사태도 빚었다. 연구 결과 발표 당일인 지난 13일 A편의점에선 불가리스 매출이 전주 대비 78.9%, B편의점과 C편의점에서도 각각 43.4%, 50.7% 급증했다.
같은 날 남양유업의 주가는 전일대비 3만원(8.57%) 뛰어 38만원에 마감했다. 이날도 오전 11시 2만2000원(5.79%) 오른 40만2000원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국내 감염 전문가들은 남양유업의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언급할 가치도 없다며 비판한다. 우선 남양유업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한 과정은 '세포 배양' 실험으로 사람에게 투여해서 효과를 검증한 것이 아닌 세포 수준에서 검증된 것이어서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남양유업이 배포한 연구자료에서도 세포 배양 실험이라는 점 역시 명시하지 않았다. 즉 미완성된 연구 결과를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인 것처럼 과포장해 발표한 셈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세포에 소금물만 넣어도 바이러스는 죽는다"며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하려면 실험실 연구 뿐 만 아니라 인체 대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론 도출을 한 연구방법, 시행과정 등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후에나 그걸 인용하든 해야하는데 선량한 국민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 제약사 관계자 역시 "임상실험 데이터도 없이 어떻게 효과를 증명하나"라고 반문했다.
식약처는 "식품의 경우 어떤 질병에 효능 효과가 있거나 예방 치료 효과가 있다고 표시하고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의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적용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홍보를 목적으로 연구와 행사를 진행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게 관건이다. 식품표시광고법은 식품에 대해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나 광고행위가 있는 경우 최대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 역시 "특정 식품의 코로나 예방 치료 효과는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실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내놔 남양유업의 연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있다는 것은 실험실 단계에서 저감이 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인체 적용은 앞으로 진행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