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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신 지재권 면제 지지"…코로나 백신 가뭄 해소 '불투명'
출처:EBN 김신혜 기자 (ksh@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5/07 09:49:48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세계적 백신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한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 일부 선진국의 반대 가능성, 바로 생산 불가능한 현실 등으로 인해 신속한 백신 공급 확대는 미지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자신과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코로나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yes)"고 말했다.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대표도 "대유행 종식을 위해 백신에 대한 보호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세계적인 백신 공급난 해결을 위해 백신에 대한 특허 등 지재권 보호를 유예하고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돼왔다. 제약사가 특허권을 포기하고 타국가의 복제약 생산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백신에 대한 지재권은 무역관련지식재산권협정(TRIPs)에 의해 보호되고 있어 함부로 복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없다.
문제는 미국과 영국, 독일 등 EU 일부 국가들이 백신을 독점하면서 국가별 백신 접종률이 큰 차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백신 공급이 고소득 국가에 쏠린 가운데 이대로라면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저소득 국가들은 2023년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소득 국가들이 백신 싹쓸이로 집단면역을 형성하더라도 저소득 국가에서 계속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한다면 다시 코로나에 감염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게 된다. 이에 팬데믹이 장기화될수록 세계 각국의 고른 백신 접종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지재권 면제 지지 소식이 전해지자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코로나와의 싸움에 있어서 기념비적 순간"이라며 환영을 뜻을 밝혔다.
반면 제약업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주요 제약사들이 속한 국제제약협회연맹(IFPMA)은 "코로나 백신을 전 세계에 신속히 그리고 공평히 나누자는 목표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백신 지재권 면제는 복잡한 문제의 단순하지만 틀린 해답"이라며 실망감을 표명했다.
이같은 이유로 지재권 면제 이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화이자, 모더나 등 해당 업체들이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어 첫 단추조차 끼우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 회사가 강력히 거부할 경우 미국 정부에서도 이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조정절차를 거쳐 해결하더라도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앞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화이자, 모더나는 특허를 포기하면 신기술을 중국과 러시아에 넘겨주는 꼴이라고 경고하며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윤을 추구해야 할 기업이 상당한 비용을 들여 생산한 백신에 대해 특허 포기를 강요하도 쉽지 않다. 특허권을 포기해 연구개발 인센티브가 줄어들면 향후 비슷한 팬데믹 상황에서 어느 기업도 백신을 개발·생산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당장 특허만 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백신 제조에는 특허 이외에도 노하우, 영업비밀, 원료 물질 등 여러 요소가 필요해 제약사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자국 제약사를 의식해 이를 꺼려할 일부 선진국의 반대도 넘어야할 산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백신 지재권 면제 지지 발표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미국 행정부의 고차원적인 전략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미국은 자국민 백신 접종에 주력하며 백신을 1%도 수출하지 않아 국제적으로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지재권 면제 선언으로 백신 분배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으나 책임은 고스란히 각국 정부와 관련 기업들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이와 관련해 국내 백신업계는 제조 공급 기회를 얻을 가능성을 보고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신속한 백신 공급으로 이어지기엔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에도 동의하고 있다. 국내에선 한미약품, 에스티팜 등이 mRNA 백신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원액부터 완제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즉시 mRNA 백신을 생산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백신 관련 기업 관계자는 "당장 지재권이 공개되더라도 기술이전, 공정개발, 설비 투자에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즉시 공급 및 접종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맨땅에 백신 공장을 건설하는 데는 2년이 걸리며 이후 시제품 생산에만 1년이 소요된다. 이미 백신 공장을 보유한 기업에 CMO 등으로 기술을 이전하더라도 공정 개발에만 4~10개월, PV(Process Validation, 공정 유효성 검증) 생산에만 2~3개월이 소요된다. 아무리 단축해도 생산까지 최소 6개월은 걸린다는 것이다.
이 과정도 제조법을 제공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기술지원이 있어야 진행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재권을 면제하더라도 기술 및 설비 노하우가 하나도 없으면 반쪽자리 공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미 노바백스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국내 안동 공장에서생산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노바백스, AZ에서 직접 엔지니어가 직접 방문해 협의하고 설비를 세팅했다. 그러나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mRNA 백신을 공급하는 화이자와 모더나는 특허 공개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이 두 기업이 노바백스와 AZ 만큼 적극적으로 기술이전에 나설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원부자재 수급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세계적인 백신 수급난에 원부자재 업체들은 기존 우량 거래처 물량 공급도 빠듯한 상황인데 국내 기업이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