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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보호 외친 윤석헌호 3년…불확실성 시달린 금융사

    출처: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5/07 09:47:41

    윤석헌 금감원장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금융당국 수장직에서 물러난다. 취임과 함께 키코, DLF, 라임 등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한 엄중제재와 함께 소비자보호를 강조했던 윤석헌 원장은 일부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했으나 길게는 2년 이상 제재심과 분조위가 진행되면서 금융사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7일 윤석헌 원장의 이임식을 개최한다. 후임 원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3년의 임기를 채운 만큼 윤석헌 원장은 금융당국 수장직에서 물러나고 수석부원장의 원장 대행체제가 가동될 전망이다.


    학자로서 금융행정혁신위원장,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장 등을 역임했던 윤석헌 원장이 진웅섭 전 원장에 이어 금감원장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금융연구원장과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거치며 높은 전문성을 인정받았던 최흥식 원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시민단체를 거쳐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금융사 낙하산 인사 문제를 지적하는 등 '저격수'로 불렸던 김기식 원장이 외유성 출장과 셀프후원 논란으로 물러나며 차기 금감원장으로 발탁됐다.


    윤석헌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와 함께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금감원의 소임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1% 슈퍼리치를 위한 효율성보다 99%의 금융소비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윤석헌 원장은 학자 시절 기존 금융체계와 관행이 서민경제에 대한 적절한 금융공급과 금융소비자에 대한 충실한 보호에 미흡했음을 지적하고 금융사에 구속력을 갖는 강제적 분쟁해결절차와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불합리한 대출이자 변제방식과 복잡한 가산금리 산출방식 개선을 주장해왔다.


    이와 같은 윤석헌 원장의 철학은 실질적인 제도 도입과 개선으로 이어졌다.


    윤석헌 원장 취임 다음달인 2018년 6월 금감원은 9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 적정성을 점검한 결과 대출금리 산정체계 운용이 불합리하거나 내규 등과 다르게 운용한 사례를 적발하고 대출금리 산정내역서 제공, 은행 간 비교공시 강화 등 개선책을 마련했다.


    같은해 7월에는 금융감독혁신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 Knock-In Knock-Out) 재조사를 천명하고 키코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분쟁조정을 신청한 5개사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한 윤석헌호의 칼끝은 키코를 시작으로 DLF, 옵티머스 펀드, 라임 펀드 등으로 이어졌으며 이에 따른 금융권의 반발도 지속됐다.


    지난 2013년 대법원에서 금융사의 사기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이 확정됐던 키코사태의 재조사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공소시효조차 지나버린 사안에 대한 금감원의 배상 결정이 금융사의 배임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금감원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산업은행 등 6개 은행에 제시한 권고안은 지난해 9월 자율협상까지 2년 넘게 이어졌으나 우리은행만 수용한 채 마무리됐다.


    DLF사태부터는 분조위 권고안 제시 뿐 아니라 금융사 수장에 대한 제재까지 이어졌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DLF사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으며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안정성이 흔들렸고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은 서울행정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며 향후 연임 및 회장 후보에 나설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올해 열린 옵티머스 펀드와 라임 펀드 관련 제재심에서는 손태승 회장과 함께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 대한 문책경고가 의결됐으며 이에 대한 금융위 승인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윤석헌 원장은 지난 2019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DLF사태와 관련해 "은행들이 차린 도박장에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를 끌어들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같은 윤석헌 원장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의지는 사모펀드 사태와 맞물려 은행권이 사모펀드 등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는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설명의무 강화와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조항도 포함됐다.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금감원 본연의 업무는 윤석헌 원장이 재임한 3년 내내 최우선 주제로 다뤄졌으며 이에 따른 법안 마련 등 가시적인 성과도 이끌어내는 등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금융업계 입장에서 바라보면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의 잘못에 대한 징계와 배상의 문제를 떠나 경우에 따라서는 2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금융사 수장의 거취여부가 불확실해지는 등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데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윤석헌 원장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연임에 대한 의지를 보였으나 금감원 정기인사 과정에서 과거 채용비리에 연루돼 징계를 받았던 직원을 승진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며 "노조의 반발이 윤석헌 원장의 연임 의지를 꺾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윤석헌 원장 임기 내내 지배구조 불확실성과 불완전판매 이미지 각인으로 노심초사했던 금융업계는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는데다 현 정부도 임기말에 접어들기 시작한 만큼 후임 금감원장은 금융시장의 안정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가 취임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특히 라임 펀드 등 사모펀드 관련 제재심과 분조위 일정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후임 금감원장의 성향에 따라 향후 사모펀드 관련 금감원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석헌 원장이 연임한다고 하면 이를 진심으로 반길 수 있는 금융업계 관계자는 별로 없을 것 같다"며 "학계 출신 원장이 3년간 금감원을 이끌었으니 다음 원장은 업계나 관에서 실무를 오래 경험한 인사가 오기를 바라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