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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재보험, 한국선 안 통하네…"실익없다"
출처:EBN 신진주 기자 (newpearl@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4/20 16:44:24
보험사 부채 부담을 줄여주려 도입된 공동재보험이 국내에선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제도 도입 후 국내 보험사 중엔 유일하게 ABL생명만이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 보험부채 구조조정 수단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재보험 비용 부담이 상당해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한 곳은 ABL생명 단 1곳뿐이다. ABL생명은 지난달 31일 RGA재보험과 업계 최초로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고금리확정형상품의 금리리스크 경감 및 자본관리를 위해 2014년부터 계약을 검토하면서 6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양로보험인 알리안츠파워보험 보유계약 일부를 공동재보험으로 출재한다.
ABL생명 관계자는 "이번 공동재보험 계약 체결로 금리하락 등 경제 상황 불확실성으로 인한 리스크가 줄어들어 회사 재무상 미래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동재보험은 원수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저축보험료 등 영업보험료 전체를 재보험회사에 출재하는 제도다. 사고보험금뿐만 아니라 해약환급금, 책임준비금 적립 등 모든 책임을 재보험사와 나눠가질 수 있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 판매로 인한 역마진 부담이 컸던 생보사들은 공동재보험에 관심을 보여왔다.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IFRS17 도입 시 보험 부채는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되는데, 고금리 확정이자로 판매된 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을수록 보험사들의 부채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만약 공동재보험에 가입한다면 요구자본이 줄어 RBC비율이 증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보험업계에서 공동재보험은 자본관리 방안 중 가장 고려하지 않는 선택지로 여겨지고 있다.
우선 업계가 애초 우려했던 대로 공동재 보험료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유의미한 부채 감소 효과를 보기 위해선 재보험 비용은 적게는 수 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입 첫 해에 보험료를 일시에 비용 처리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업계 1위 삼성생명도 내부 검토 끝에 공동재보험은 부가적인 비용이 많아 현재로서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신 변동형 준비금 확대를 통한 자연적인 부담 감소를 도모한다는 설명이다.
새 회계제도 도입이 미뤄진 점도 공동재보험 매력도를 떨어뜨렸다. IFRS17은 당초 올해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시행이 2년 연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동재보험은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진다는 전망이 있을 때 이차역마진에 대한 대비책이 되는데 현재로선 추가적인 금리 하락 전망이 적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각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의 자본확충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론 공동재보험을 통한 부담 감소도 고려할 수 있으나 당장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살펴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공동재보험의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비비례재보험 같은 다양한 형태를 허용해 금리위험 전가 외에 경영효율성을 제고하는 수단으로 공동재보험이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