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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한 농부 행세 땅 투기, 농지법 있으나 마나

    출처:EBN 권녕찬 기자 (kwoness@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3/08 09:40:49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땅 투기 파문이 커지면서 이를 막을 근본적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땅 투기 대상이 됐던 매입토지 절대 대부분이 농지로 밝혀지면서 누구나 쉽게 농지를 사 투기할 수 있는 허술한 현행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8일 시민사회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LH 직원들이 매입한 토지의 98.6%가 전·답 등 농지로 확인됐다. 이들은 묘목을 빽빽이 심어 높은 보상금을 노리는 한편 농지법 위반을 피해가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LH 파문 이후 현재 부당 이득액의 최대 5배까지 벌금을 물리고 땅을 몰수하는 등의 후속조치가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쉽게 농지를 사 땅 투기에 둔갑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지와 산지가 시세차익을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토지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농사 짓는 사람이 밭을 소유한다는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경작하지 않는 사람의 농지소유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상속 등 10가지가 넘는 예외규정에 따라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는 지속 증가하는 실정이다.


    실제 이른바 유령지주의 농지소유는 2016년 42만8000㏊에서 2019년 43만9000㏊로 1만1000㏊나 증가한 반면 농업인의 농지소유 면적율은 지난 1995년 67.0%에서 2015년 56.2%로 급감했다.


    농지 취득 역시 수월하다. 농지를 매입하기 위해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하지만 형식적인 농업경영계획서만 제출하면 누구나 농지를 살 수 있다.


    사후 관리 또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서류 제출 후에는 농지가 농지로써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작업이 사실상 전무하다. 현행 농지법에는 매년 실태조사를 하게끔 돼 있지만 관리인력 태부족 등으로 요식행위에 그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경작계획서만 제출하면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현행 농지법은 반헌법적 법률"이라며 "사후 경작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현행법이 농지를 돈버는 투기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현행 제도가 땅 투기를 막는 예방수단으로 전혀 작동하지 못하는 만큼 이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업인의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사전 필터링 작업과 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민관 농어업 대표기구인 '농어업회의소'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농어업 분야가 정부 주도의 하향식 방식인 데다 농어업 위상은 갈수록 추락하는 현실에서 관리 한계를 노출한 만큼 일선 현장의 실질 참여를 통해 투기꾼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한 농지법 개정안 및 농어업회의소 법안이 계류 중이다.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정호 의원은 "농어업회의소 산하의 면단위 토지관리위원회를 두고 거기서 외부인사를 참여시킨 뒤 땅 투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필터링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관리인력을 충원해 실제 영농행위를 하고 있는 지에 대한 실태조사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때 저촉사항이 발견되면 실질적인 처분통보 및 벌금 부과 등으로 투기꾼들이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