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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에즈 뱃길 열렸지만…보상책임 '공방'은 시작

    출처:EBN 신진주 기자 (newpearl@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4/01 10:33:18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23일(현지시간) 좌초한 대만계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이 다시 물위에 떴다.선박이 성공적으로 정상 항로로 복귀한 것이다.


    그럼에도 전세계 화물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물 운송 차질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막혔던 수에즈 뱃길이 열리기는 했지만 전세계 물류 대란이 초래된 만큼, 보상을 둘러싼 책임 공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시각이다. 운하 통행료 수입 피해 규모만 해도 하루 1500만달러(약 165억원)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물동량 정체, 하역 대기 등 연쇄적인 피해가 막대하다. 보상책임 공방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코리안리재보험을 비롯한 국내보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쇄 물류 파동에 따른 피해 보상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글로벌 한 보험사는 수에즈 운하 사고에 따른 피해보상액이 11조원을 전후 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29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이집트 수에즈 운하 통행이 6일 만에 재개됐다. 수에즈운하관리청(CSA) 오사마 라비 청장은 "에버기븐이 온전하고 문제가 없는 상태로 (모래 제방에서) 빠져나왔다"고 설명했다.


    라비 청장은 "400m에 달하는 에버그린이 물에 뜬 이후 113척의 선박이 30일 오전 운하 양방향으로 통과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대기 중인 선박은 422척"이라고 말했다.


    22만 4000톤급의 에버기븐은 지난 23일 수에즈 운하 남쪽 입구 6km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강한 바람과 모래 폭풍이 불면서 조타 능력을 상실하고 선수가 운하 모래 제방에 박혀 좌초했다. 에버기븐이 싣고 있던 컨테이너는 2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수에즈 운하는 세계 교역량의 12%를 담당한다. 에버기븐 좌초 사고로 7일간 수에즈 운하 통행이 막히면서 피해 규모는 커졌다.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대륙 우회 항로를 이용하는 화물선들의 추가 비용이나 화물 수송 지연에 따른 영향까지 고려하면 전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해운사들은 운하 통과를 기다리는 배들을 정리하는 데 며칠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운영사인 A.P. 몰러-머스크 그룹은 이날 선박 34척이 정박해 운하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들이 운하를 통과하는 데는 6일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사측은 "이 사건의 파급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좌초 사고로 선주인 일본의 '쇼에이 기센'과 선사인 대만의 '에버그린'이 최소 2400만 달러(약 271억8000만원) 규모의 배상금을 책임져야 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해운업계부터 원자재 산업까지 이번 사고로 악영향을 받은 이들이 손실 보상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버기븐'호나 운항이 중단된 다른 배에 실린 화물 소유주들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면 이들 보험사는 다시 '에버기븐'호 선주에 손실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에버기븐'호 선주는 다시 보험사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상에서의 손실 비용에 대해 소유주와 보험업자가 공동으로 분담하는 이른바 공동해손(general average loss)이 선언되면 보험금 지급 등도 복잡해지면서,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번 사고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곳 중 하나가 영국 P&I 클럽(U.K. P&I Club)이다.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제3자 책임보험을 담당하는 일종의 상호보험인 P&I 클럽 13곳 중 한 곳인 영국 P&I 클럽은 '에버 기븐'호의 인프라 손상이나 장애 손실 등을 보장한다.


    보험업계에선 선주 측은 보험사로부터 선체 좌초 복구 비용, 이집트 당국에 내야하는 벌금 등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이 같은 선박은 1억∼2억 달러(약 1100억∼2300억원) 정도의 보험금이 보장된 보험에 가입하는데, 실제 보험금은 선박의 피해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에버기븐 호가 운하를 막으면서 다른 화물들이 본 피해 배상 책임 건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보험 담보가 안 될 가능성이 크다"며 "에버기븐 호 외에 다른 배들이 연쇄적으로 화물 운송 지연 피해 등을 입었지만 선체 손상이 없는 경우 보험사들은 이를 간접손해로 보기에 보험금이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물론 계약 조건이 어떻게 맺어졌는지 봐야 할 문제지만 화물 운송 지연과 등과 관련해 이해당사자 간 제3자배상책임 공방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수억 달러의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으나 해상 사고와 관련한 역대급 보험금 청구 사례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앞서 지난 2012년 승객 3216명, 승무원 1013명 등 총 4229명을 태우고 항해하던 크루즈선 '코스타 콩코르디아'가 이탈리아 토스카나 해변에서 좌초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승객 32명이 숨지고 157명이 다치면서 이와 관련한 보상금은 16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했다.


    한편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로 코리안리재보험을 비롯한 국내보험사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