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뉴스

    반도체 품귀 비상 車업계…마땅한 대책이 없다?

    출처:EBN 조재훈 기자 (cjh1251@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2/10 13:55:12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구축 등 신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국내업계는 물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마저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지원 및 완성차·반도체업계 협업 등 발빠르게 대응책을 강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부평2공장은 지난 8일부터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는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조치다. 한국지엠은 부품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반도체 수급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부품 수급에 대한 유동성으로 인해 공장에 대한 운영은 매주 상황을 살펴 차주 생산계획을 확정해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며 "해당 이슈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는 대로 부평2 공장의 생산 손실을 최대한 회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타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폭스바겐, 토요타, 닛산, 포드, 스바루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업체들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감산을 결정하고 대비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산업은 범용 제품에서 맞춤형 제품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자율주행, 파워트레인 전동화, 전장부품 확대 등으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종합 IT기기'로 변모하고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내연기관 차량용 반도체 수는 200~300개 수준에 불과한 반면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도 되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는 최대 2000개 이상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에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의 수와 종류가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19년 418억달러(약 46조6822억원)에서 2022년 553억달러(약 61조7590억), 2024년에는 655억달러(약 73조1504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성장성이 높은 인포테인먼트,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전기 파워트레인용 전력반도체 등에서 신규 수요가 집중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용 반도체에 특화된 업체로는 MCU(전장 시스템 제어 반도체) 부품을 중심으로 NXP, 인피니언, 르네사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ST마이크로일레트로닉스 등 메이저 5개사가 꼽힌다.


    최근에는 대형 전기전자·IT 기업들이 자율주행과 AI 반도체 중심으로 자체 연구개발 및 인수합병(M&A),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와의 협력 등을 통해 시장에 침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주력제품인 GPU가 차량용 AI 시스템의 핵심부품으로 자리잡으면서 해당 시장에 신규 진입했다. SoC(System on Chip)를 기반으로 설계한 칩을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차 등이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400억달러에 CPU 설계 1위 기업 'ARM'을 인수한 바 있다.


    애플은 고성능 반도체, 독자 운영체제(OS)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용 칩 및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대만)와 '자율주행 칩' 개발 사실을 발표하면서 전장부품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업체로는 삼성전자와 텔레칩스가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했으며 2018년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 V시리즈(인포테인먼트 시스템), A시리즈(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T시리즈(텔레매틱스 시스템) 등을 출시하며 전장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또한 자동차용 AP '엑시노스 오토'를 출시하고 아우디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텔레칩스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로 2011년부터 제네시스를 비롯해 현대기아차그룹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AP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차량용 반도체의 산업 생태계가 아직 초기 형성 단계에 그치고 있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지형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전략본부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AP(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연산 반도체) TCU(차량용 통신장비) 등 일부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 새롭게 진출하고 있으나 아직 국내 산업 생태계 기반이 미약하고 완성차업계의 해외 업체 의존도도 높은 상황"이라며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지원 및 완성차·반도체업계 협업 등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잠재적 경쟁력을 보유한 AP, C-V2X(차량·사물통신)용 칩 등을 중심으로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 핵심 시장인 자율주행 AI 반도체 시장을 향한 도전이 필요하다"며 "해외에 시험인증을 상당 부분 의존하는 반도체 기능안전 분야의 기술시험・인증체계도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