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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용 때문만은 아냐" 보험사, 제판분리 속내는

    출처:EBN 신진주 기자 (newpearl@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2/03 16:25:18

    보험업계가 상품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 분리'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속 설계사 조직을 자회사 형태로 이관하겠다고 선포한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에 이어 다른 대형사들도 제판 분리를 검토 중인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고정 비용 절감 외 보험사에게 다양한 이점이 있는 까닭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이 제판 분리를 추진하면서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 삼성생명, NH농협생명 등 다른 보험사들도 제판 분리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제판 분리가 가져 올 업계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내부적으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제판 분리를 추진 중인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내부 잡음은 상당하다. 이들 보험사 노조 측은 제판 분리의 목적은 비용절감이라고 보고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제판 분리의 성공 여부가 검증되지 않아 불안감이 크다는 입장이다.


    대형사들은 전속 채널 규모가 상당한 만큼 과감한 변화와 결단은 자제하고 있다. 우선 선두 주자들의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당장 전속설계사 전체를 이동하지 않더라고 자회사형 독립보험대리점(GA) 설립을 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향후 제판 분리 흐름이 가속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사에게 여러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제판 분리 추진이 단순히 고정 비용 절감 때문만은 아니다"라면서 "경영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판매 효율성, 기업가치 제고 측면 등 전반적인 것을 고려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보험사들은 설계사 조직을 직접 운용하는데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강점이 크다. 전속설계사 조직을 분사할 경우 지점 유지비, 관리비, 교육훈련비 등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보험사 고정 비용 중 30~40%는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등 변화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고용보험 의무화 적용 시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해야할 비용은 매달 173억7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회사형 GA로 전속 설계사를 이동시키면 고용보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비용 절감 목적보다 더 큰 것은 영업 환경의 변화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수년간 업황이 꾸준히 악화해 온데다 전속조직의 영업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전속설계사 규모가 시장점유율을 결정하는 시대가 지난 것이다. 또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도 설계사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상품을 비교해 가입하려는 니즈가 커지고 있다.


    이미 보험시장의 판매 주도권은 GA가 잡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GA채널 소속 설계사 수는23만2770명으로, 보험회사 전속 설계사(18만6922명)를 크게 앞질렀다.


    GA의 판매 실적도 급성장 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중·대형GA채널은 신계약 건수1461만건을 기록해 전년(1278만건) 대비14.3%(183만건) 증가했다. 작년 중·대형GA가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만 7조4324억원으로 전년(6조1537억원) 대비 20.8% 급증했다.


    특히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활발히 진행될 경우 전속조직의 힘을 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각 보험사들이 제판 분리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강화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내달 금소법 시행에 따라 소비자보호가 강화되면서 보험사의 판매 규제 및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속 대면채널의 분리는 비용 절감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제조사인 보험사의 금소법 대응의 일환이 크다"면서 "보험사는 상품 개발에만 신경 쓰면 되고 판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책임은 자회사형 GA에게 전가할 수 있어 매우 가벼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