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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금법 '빅브라더법' 이어 '빅테크특혜' 비판

    출처:EBN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2/25 10:20:00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IT기업)가 별다른 규제장치 없이 손쉽게 금융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특혜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정의연대,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과 전날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개정안의 폐기와 함께 방향 재설정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지난해 11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이 금융산업의 은산분리 원칙과 전업주의 원칙을 훼손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근원적으로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자기자본이 아니라 타인자본 즉, 국민의 돈을 가지고 사업을 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위험성도 관리돼야 하고, 다양한 규제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이 관리‧감독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금융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전금법 개정안은 비금융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를 도입한다. 이는 소액·후불결제도 허용하고, 계좌개설도 허용해 선불지급도 가능한 금융사업자다. 이에 대해 배 의원은 "기존 은행과 카드사가 하는 업무와 동일하나 기존에 금융기관이 받던 규제는 하나도 받지 않는다"며 "그 자체로 특혜가 되는 것"이라 지적했다.


    금융산업의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비금융 전자금융업체는 3월 시행 예정인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범위에서 제외돼 있으며,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소액후불결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핀테크·빅테크 업체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 마련과 함께 일반금융법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부보예금(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예금) 대상이 아닌 빅테크는 부도날 경우 모든 결정권한을 회생법원과 관리인이 가지게 돼 외부청산 기관이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독일 와이어카드 파산 사태가 한국에서 발생할 위험도 있다"고 피력했다.


    진창근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개정안은 고객 의사와 상관없이 선불충전금을 사업자가 임의로 관리 운영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는데 이는 결국 사업자 이익을 위해서 연쇄적 손실을 사회에 떠넘기는 문제점을 내포한다"며 "빅테크 업체들의 무분별한 금융업 진출은 기존 금융권 구조조정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빅테크의 내외부 모든 거래의 권리관계를 금융결제원의 지급시스템을 통해 확정하는 외부청산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배 의원은 "빅테크에 대해서는 별도의 감독과 규제 수단을 마련해야 할 문제이지 기존 지급결제시스템에 껴맞추는 것은 오히려 금융시장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개정안은 전자지급거래청산업 신설 등을 통한 지급거래청산제도화 등 금융시장 질서 전체를 바꿀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국회가 오는 25일 개최하는 공청회는 비공개로 진행해 전문가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배 의원은 "혁신금융, 디지털금융을 빙자해서 비금융회사인 빅테크업체들에게 금융사업을 허용하고 전자금융종합그룹을 출현시키기 위한 이번 개정안은 시민사회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 취합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기자회견 이후 금융노조는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에게 기자회견문과 함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폐기 및 입법 방향 재논의를 촉구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번에 노동계까지 전금법 개정안에 비토 입장을 내면서 법안 처리에는 더욱 난항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금융위원회가 청산기관(금융결제원)에 대한 허가·감독 권한을 갖도록 규정한다. 고객의 모든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명백한 빅브라더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양 기관간 개인정보 침해 논쟁도 불붙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