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뉴스

    신기록 속출 공모주 시장…"지금 들어가 말아?"

    출처:EBN 이남석 기자 (leens0319@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2/20 09:47:19

    올해 공모주 시장이 연이어 신기록을 쏟아내는 가운데 후발 투자자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은 최근 막대한 유동성과 대어급 기업의 상장 예고, 균등 배정 방식 도입 등 흥행 요인이 곳곳에 마련됐지만 정작 공모주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앞서 '역대 최고' 기록을 내세운 새내기주들 조차 상장 후 시초가를 밑도는 상황. 업계에서는 공모주 열풍이 자칫 기업가치 고평가를 부추겨 개인투자자 손실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첫 공모주로 역대 최고 일반 청약 경쟁률(4397.68대1)을 기록한 '엔비티'는 지난 18일 2만36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1일 상장 당시 형성한 시초가(3만8000원) 대비 37.76% 하락했다.


    엔비티는 캐시슬라이드, 캐시피드, 노랑브라우저 등 자체 포인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B2C 모바일 포인트 플랫폼을 보유한 모바일 플랫폼 기업이다. 앞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42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1만9000원으로 확정했다.


    엔비티는 지난해 상반기 광고 성과 측정 플랫폼 기업 ‘앱스플라이어’로부터 국내 퍼포먼스 광고 플랫폼 성장률 1위로 선정되는 등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상장 후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최근 3만원선 마저 무너졌다.


    수요예측 당시 '역대급' 타이틀을 달고 상장한 다른 새내기주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504대 1의 역대 최고 경쟁률을 경신한 '아이퀘스트'의 현재 주가는 시초가(2만2000원) 대비 마이너스 8.64%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외에도 지난달 수요예측에서 역대급 경쟁률을 보인 핑거(1453대1, 당시 코스닥 2위)와 선진뷰티사이언스(1431대1, 당시 코스닥 3위)의 주가 역시 현재 시초가 대비 각각 5.94%, 0.65% 하락세를 맞고 있다.



    ⓒ픽사베이ⓒ픽사베이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공모주 열풍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IPO 기업(스팩·리츠·코넥스 신규 상장·재상장 제외)은 총 70곳으로 전년(73곳)보다 소폭 줄었다. 하지만 공모 규모는 3조2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40.6% 증가했다.


    일반투자자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956대 1로 전년(509대 1) 대비 약 두 배 늘었는데, 빅히트와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급 기업들이 잇따라 증시에 데뷔한 영향이 컸다.


    우선 지난해처럼 올해도 대어급 종목들의 상장이 다수 예고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 IET는 작년 12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양사는 이르면 1~2분기 안에 상장할 전망이다. 또 카카오 페이·뱅크·페이지 등 카카오 3총사와 함께 크래프톤, LG에너지솔루션 등도 올해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금융 당국은 올해부터 일반 청약 물량을 기존 20%에서 25%로 확대하고, 청약 시 절반 이상을 '균등배정'으로 배분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향후 공모주 시장에 참여할 개인투자자들의 풀은 더욱 넓어졌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연구원은 "2020년 공모주 시장은 하반기 증시 호황에 힘입어 뒷심을 발휘했다"며 "올해도 대어급 종목들의 줄이은 IPO가 예고되면서 시장 열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개인, 공모주 투자 신중해야…"상장 직후 변동성 우려"


    올해 공모주 시장의 '과열'이 예상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공모주 투자자 대상 유의사항'을 통해 "공모가격이 상단 이상에서 결정됐더라도 상장 이후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시장 참여가 도리어 '기업가치 고평가→공모가 거품→주가 하락'의 악순환을 형성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 풀의 확대에는 높은 수익률만을 바라보고 IPO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가 과도하게 많아질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존재하며, 이는 IPO 시장이 과열될 때 더욱 심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모주에 대해 막연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거나 주위의 투자 결정을 따라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IPO 공모주의 주가는 기업의 본질가치보다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과도한 공모가 상승은 상장 이후 주가 하락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결국 공모가 거품은 향후 개인투자자들에게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현재와 같이 강한 유동성이 뒷받침되며 시장 흥행이 지속될 경우에는 반드시 고평가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 기대 심리만으로 시장에 참여한다면, 상장 직후 변동성에 따른 투자자들의 마음고생이 2020년과 같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