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드론 제조업체 이항 홀딩스 주가가 울프팩리서치의 공매도 보고서에 요동치고 있다. 회사의 반박에 낙폭은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진실 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울프팩이 다른 투자정보업체와 협력한 공매도 보고서로 인해 루이싱커피가 상장 폐지됐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항 주가는 부정적인 공매도 보고서에 지난 16일 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63% 가량 급락했다가 후화즈 이항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진화에 나서면서 주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일 이항은 68% 반등했다. 보고서 발표로 인해 급락하기 전 주가보다 아직 37% 하락한 수준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항 CEO는 "울프팩이 주장하는 경비원은 배달원으로 위장, 무단 침입한 사람"이라며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을 초청해 이항의 생산시설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항은 국내 투자자의 주식 보유 잔고도 높은 만큼 '서학 개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수소트럭 기업 니콜라도 '니콜라엔 핵심기술이 없다'는 힌덴부르크 리서치의 공매도 리포트에 주가가 급락했다.

이항은 자율주행 에어택시 개발로 주목을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해왔다. 무인항공기 산업에서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지난해 초 이항 주가는 12월 초 13.62달러였지만 올해 9배 가량 급증했다.

국내 투자자의 이항 주식 보유 잔액은 16일 기준 5억5000만 달러(약 6078억 원)에서 공매도 보고서 영향으로 17일 2억700만 달러까지 줄었다.

지난 16일 울프팩리서치는 33쪽 자리 보고서를 통해 "이항이 생산, 제조, 매출, 사업 협력 등에 대해 거짓말을 해 주가를 띄웠다고 주장했다. 울프팩은 근거 자료로 이항의 본사를 탐방한 영상도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울프팩은 이항의 주요 거래처인 '상하이 쿤샹'의 주소를 찾아가봤더니 2곳이 허위였다며 실체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양사 간 매출 거래가 가짜라는 지적이다.

울프팩리서치는 미국 공매도 헤지펀드로, 기업 비리를 밝혀내 주가 폭락에 배팅하는 공매도를 한 뒤 큰 수익을 내 왔다. 지난해는 주로 중국 기업이 타깃이었다.

작년 1월 뉴스제공앱 'QTT(QTT.O)', 4월 중국 스트리밍업체 '아이치이(IQ.O)'를 저격한 바 있다.

그해 4월에는 미국 투자정보업체 머디워터와 협력해 '루이싱 커피(TAL.N)' 저격 리포트를 발간했는데 루이싱 커피는 결국 두달 여 만에 상장 폐지됐다. 루이싱 커피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회계 부정 등이 밝혀졌다.

루이싱커피는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렸지만 최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이를 계기로 울프팩은 업계에 영향력을 과시했다.

루이싱커피 사태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매출액이 급증해왔고 대규모 순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이 공매도 헤지펀드의 타깃에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울프팩의 표적이 된 기업들이 다 주가가 급락하거나 타격을 받은 건 아닌 만큼 아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단계는 아니다. 울프팩이 공매도 투자에 실패한 적도 많았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울프팩리서치의 공매도 리포트가 반드시 '루킨커피'의 상장 폐지와 같은 극단적 케이스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물론 근거 수준이 서로 상이하지만 ‘QTT’, ‘아이치이’의 현재 주가는 리포트 발표 당시 주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아이치이는 성명을 통해 발표한 모든 재무 및 영업데이터는 사실과 다르지 않으며 SEC의 요구에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울프팩이 이번 리포트에서 언급하지 않은 내용도 많은 만큼 향후 이항 주가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무인드론 사업부문(드론쇼/물류사업)의 매출 관련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고 이항의 AAV 기술력 부정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항이 발표한 모든 협력 사업을 부정한 것은 아니어서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인 테스트는 일부 사실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