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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몰린 서울 분양, 올해도 바늘구멍
출처:EBN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1/13 10:03:36
올해 서울에서 4만여 가구의 민영아파트 분양이 예정돼 있지만 청약으로 내 집 마련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분양가가 높은 강남권 분양인데다 대다수가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라 일방 분양을 기다리는 실수요자들의 체감 물량은 더욱 적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을 앞둔 민간 아파트는 총 4만4722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올해는 강남권에서만 5개 단지에서 약 2만 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서울 분양 중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강남에 집중된 것.
특히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연기된 재건축 물량이 여럿 대기 중이다. 최근 분양가 산정을 마친 서초구의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를 비롯해 강남권 재건축 대어인 강동구 '둔촌주공(1만2032가구)', 서초구 '신반포15차(641가구)', 서초구 '방배6구역(1131가구)', 송파구 '잠실진주(2636가구)' 등이 올해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분양 규모로만 따지면 올해와 작년(4만5944가구)이 비슷한 수준이지만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청약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단 올해 대다수 단지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나오는 것들이라 조합원 몫을 제외하면 일방 분양 물량이 많지 않다.
오는 3월 분양하는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총 2990가구 중 일반 물량은 224가구에 불과하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이라 불리는 둔촌주공은 1만2032가구 가운데 일반분양 몫은 4786가구다.
여기에 가점에 높지 않아 추첨을 노려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선택권이 더 줄어든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 분양하는 민간아파트는 전용면적 85㎡의 중·대형 물량(특별 공급 제외)에 한해 50%만 추첨으로 배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 분양 아파트 가운데 전용 85㎡을 초과하는 물량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 둔촌주공은 일반분양 4786가구 중 추첨 물량은 1개 가구도 없다. 조합원들이 85㎡ 초과의 중대형 물량을 모두 가져간 탓이다. 4786가구는 모두 가점으로만 당첨자를 가리게 된다.
가점이나 추첨으로 운 좋게 당첨이 된다 하더라도 수억원의 현금이 준비되지 않으면 계약이 어려울 수도 있다.
최근 3.3㎡당 약 5668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일반분양가가 결정된 래미안 원베일리는 전용 84㎡이 20억원이 넘을 전망이고 일반분양 중 가장 작은 전용 40㎡ 분양가도 9억원을 넘게 된다. 서울에서 분양가 9억원 이상이면 특별공급이 사라지고 일반공급에서도 중도금 대출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현금이 없으면 청약에 도전하는 것조차 힘들다.
이에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한숨만 늘어가는 분위기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매일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직장인 A씨는 "둔촌주공 분양을 노리고 있었는데 최근 분양가가 9억원을 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긴장하고 있다"며 "현금부자가 아닌 이상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그마저 불가능하다면 이번 생에 내 집을 마련할 수나 있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지역에선 의도하지 않았지만 30대나 생애최초의 분양당첨이 사라질 수 있다"며 "반면 일반분양분이 많이 줄어 소외됐던 4050세대에겐 그나마 문이 넓어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