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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혔던 은행대출은 '숨통'…금리는 '상승'
출처:EBN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1/07 10:21:43
지난해 연말 가계대출 조이기로 막혔던 은행 대출이 올해 들어 서서히 풀리고 있다. 대출 수요는 여전하다. 억눌린 수요가 폭발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금리는 이전보다 높아졌다. 가계부채 관리에 더 안 좋은 상황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한 신용대출 한도 축소 조치를 올해들어 일부 완화하고 있다. 중단했던 비대면 신용대출을 속속 재개하고, 신용대출 최대한도 축소 조치를 다시 완화하는 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11일부터 잠정 중단했던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 '우리 WON하는 직장인 대출'을 오는 7일부터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하나원큐 신용대출' 판매를 시작했고, 신한은행은 4일부터 영업점에서 신용대출 상품 판매 중단 조치를 풀었다. '쏠편한 직장인 신용대출'은 지난 1일부터 판매가 재개됐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12월22일부터 신규 신청과 한도 증액 요청을 중단했던 2000만원 초과 신용대출을 다시 신청받기 시작했다. NH농협은행은 우대금리 체계를 종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최대 우대금리가 1.0%에서 1.4%로 0.4%포인트 상승했으며, 신용대출 최대 우대금리는 0∼0.25%에서 0.8∼1.2%로 상향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지난 연말까지 중단했던 고신용자 대상 신규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을 지난 1일부터 다시 판매하고 있다.
은행들이 신용대출 판매 재개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연말까지 대출 조이기 정책이 효과를 봤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따른다.
실제, 5대 시중은행에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670조15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인 11월 말(666조9716억원)보다 3조1823억원 늘어난 수준이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월간 증가액이 8조~9조원에 달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됐다.
가계대출 급증세가 다소 진정된 것은 신용대출 감소 영향이 컸다. 12월 말 신용대출은 133조6482억원으로 한 달 새 443억원 줄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감소한 것은 지난해 1월(-2247억원) 이후 11개월 만이다.
문제는 판매 재개가 시작된 신용대출 금리는 막혔던 당시보다 크게 높아진 상태라는 점이다. 최근 재신청을 받고 있는 은행들의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2.7%대를 보이고 있다. 3%를 훌쩍 넘긴 은행도 있다. 지난해 한참 대출 조이기에 들어갔을 당시 이들 상품들의 금리는 최저 2.4%대였다. 한 달 새 0.3%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의 대출 규제는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출 금리가 이미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에 일시적인 규제는 대출 수요를 줄이기보다 억누르는 것에 그칠 것이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가계대출 금리는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1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11월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연 2.72%로 전월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9월부터 석 달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금리는 지난 5월(2.81%) 이후 반 년 만에 가장 높았고 오름폭은 지난해 9월(0.1%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이 지표에서는 두 달 연속 상승하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달 3.01%로 전월보다 0.14%포인트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발표 이후 고신용 차주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비대면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 신용대출이 이달부터 재판매되고 금리까지 높아진 만큼, 이 수치도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수요도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이 지난해 연말까지 강도 높은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대출 수요가 분출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말까지 충족되지 못했던 대출 수요는 당분간 대거 몰려들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재개된 대출에 정부가 조만간 추가 관리방안을 내놓고, 대출시장이 또다시 움츠러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예상보다 더 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섞이고 있다.
대출 재개에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오지만, 은행들은 안전판이 마련됐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막아놨던 대출을 일제히 개방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신용대출이 재개됐지만, 은행들은 연초에도 적정 수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차원에서 신용대출 한도 축소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강한 대출 규제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가 여전한 만큼 대출 시장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연초를 넘기면 다시 어려워질 것'이라고 여기는 심리가 대출 총량을 확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2021년 경제정책방향 부처별 핵심과제'를 통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방안'을 올해 1분기 중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