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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수제로 바뀐 신용등급…신용문턱 낮췄다

    출처:EBN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1/05 09:37:19

    지난해 대출 조이기 정책으로 높아지던 대출 문턱이 어느정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등급제(1~10등급)인 개인신용평가 방식이 올해부터 '신용점수제(1~1000점)'로 바뀌면서 등급 경계선에 걸려 금리 혜택을 보지 못했던 '문턱효과'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신용점수제 도입에 맞춰 이전보다 정교한 여신심사가 가능하도록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에 신경쓰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전 금융사가 신용평가사(CB) 신용등급 대신 신용점수만 산정하는 신용점수제로 전면 전환됐다. 앞서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은 지난해 1월부터 신용점수제를 시범 적용해왔다. 이달부터는 은행·보험·금융투자·여전사 등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 적용된다.


    이에 따라 개인신용평가회사(CB사)는 신용등급을 산정하지 않고 개인신용평점만 산정해 금융소비자, 금융회사 등에 제공하게 된다. 다만 기업(개인사업자) 신용등급, 금융회사 내부신용등급 등은 종전과 동일하게 활용된다.


    신용점수제는 등급제가 유발하는 대출 '문턱효과'를 완화할 목적으로 도입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실제, 종전까지 신용등급 체제는 7등급 상위권과 6등급 하위권 간 신용도가 유사함에도 대출을 심사할 때 7등급 상위권은 불이익을 받아왔다. 그러나 앞으로 점수제로 전환되면 10단계에서 1000점으로 세분화되기 때문에 신용점수 1점에 따라 대출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예들 들어 신용평점이 662점일 경우 기존 등급체계에서는 7등급(600~664점)에 해당돼 불과 2점 차이로 대부분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점수제로 바뀌면 6등급과 비슷한 평가를 받을 수 있어 기존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대출이 가능해질 수 있다.


    아울러 카드발급, 서민금융상품 지원 대상 등과 관련된 법령상 신용등급 기준이 개인신용평점 기준으로 변경된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발급 기준은 6등급 이상에서 나이스평가정보(NICE) 680점 이상 또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576점 이상으로 바뀌게 된다.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지원 대상은 6등급 이하에서 NICE 744점 이하 또는 KCB 700점 이하로 변경된다.


    또 중금리 대출시 신용공여 한도 우대 기준은 4등급 이하에서 NICE 859점 이하 또는 KCB 820점 이하로 변경된다. 구속성 영업행위 해당 기준은 7등급 이하에서 NICE 724점 이하 또는 KCB 655점 이하 등으로 바뀐다.


    점수제로 바뀌는 것에 맞춰 금융사들도 CSS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업 여신 통합전략모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신러닝을 접목해 CCS를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금융거래 기반의 시스템에서 잡히지 않았던 부분까지 활용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대출 길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우리은행의 경우 '비대면 전용 소매 신용평가 모형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사회초년생 등 금융소외계층 고객을 확보하고 그중 숨어있는 우량고객을 발굴해 대출시장에서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의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인만큼 이전보다 개인신용을 세밀하게 분석해 대출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이력이 부족해 대출이 어려웠던 소상공인이나 사회초년생 등 신 파일러를 대상으로 한 평가제 도입에 열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1, 2점 차이로 대출 금리가 달라지는 만큼, 신용점수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연체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10만 원대 소액이라도 상환을 연체하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연체된 돈을 다 갚아도 최대 5년간 기록이 남아 신용평가에 나쁜 영향을 준다. 만약 연체가 여러 건이라면 오래된 것부터 해결하는 것이 좋다. 연체 기간이 길수록, 연체 횟수가 많을수록, 연체 금액이 많을수록 신용평가에 부정적이다.


    돈을 쓰지 않고 저축만 늘린다고 신용도가 올라가지 않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연체 없이 꾸준하게 사용하면 신용점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건전한 신용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다만,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은 비교적 금리가 높은 대출에 해당하므로 빈번하게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할부 서비스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도 신용평가에 나쁘다.


    같은 이유로 소득이나 재산이 많다고 신용점수가 무조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신용평가는 '돈이 많은지'가 아니라 그동안 돈거래를 어떻게 해왔는지를 토대로 '돈을 빌려주면 잘 갚을 사람인지'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신 요금,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공공요금(도시가스·수도·전기·관리비) 등을 성실히 납부한 내역도 신용점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용거래 이력이 부족한 학생·주부 등에게 이런 방법이 유용하다.


    개인 여신 규모를 줄이는 관리도 필요하다. 대출은 금리가 높은 것부터 갚는 것이 좋다. 신용평가사는 대출의 종류와 업권, 금리 수준, 상환 비중 등을 고려해 고위험 대출일수록 신용평가에 부정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업 대출은 신중하게 이용하는 것을 권한다. 제도권 금융기관뿐 아니라 대부업체에서 받은 대출 정보도 자동으로 평가에 반영된다.


    대출 자체는 부정 평가 요인이지만 반대로 대출을 잘 갚으면 신용점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신용거래 실적도 쌓인다. 마이너스 통장은 한도금액만큼 채무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없애는 것이 신용점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