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뉴스

    [2021 전망] '통신' 가고 '플랫폼' 시대 온다

    출처:EBN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0/12/31 09:37:07

    "T는 '텔레콤(Telecom)'이 아니다"

    2020년 이동통신 3사의 최대 화두는 '탈(脫)통신'이였다. 이통 3사 수장들은 앞다퉈 탈통신을 선언하고 본업인 이동통신(MNO)에서 벗어나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텔레콤'을 지우기 위해 사명까지 변경하려 하고 있다.


    이통 3사는 올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비통신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탈통신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산업계가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통 3사의 탈통신 전략도 내년부터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통사들이 '텔레콤' 꼬리표를 떼는 데는 이동통신시장의 정체 때문이다. 선택약정할인(20%에서 25%로 상향) 등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으로 성장이 어려워졌다. 각종 규제도 통신사들의 탈통신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통신사업 외 수익 창출원을 IPTV, OTT 등 미디어 사업에서 찾고 있다"며 "여기에 5G, AI 등에 기반한 B2B 사업에서 성장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SK텔레콤은 지난 29일 티(T)맵 플랫폼, T맵 택시 사업 등을 추진해온 모빌리티 사업단을 분할해 티맵모빌리티를 설립했다. 티맵모빌리티는 SK텔레콤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특히 내년 상반기 세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우버 테크놀로지와 조인트벤처를 만들고 택시 호출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우버가 조인트벤처에 투자하는 금액은 1억 달러(1150억원)에 이른다. 티맵모빌리티에는 5000만 달러(575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e커머스 사업을 추진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11번가에서 아마존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아마존은 11번가를 플랫폼으로 활용해 국내 시장에 진입한다. 11번가 역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기대해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모빌리티에 이어 e커머스 분야에서 아마존과 손잡으면서 SK텔레콤은 비통신 영역 사업 확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KT 역시 더 이상 통신사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KT는 통신기업(텔코)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나아간다"며 "규제로 성장이 정체된 통신분야 대신 인공지능(AI)·빅데이터(Big Data)·클라우드(Cloud)로 국내 1위 플랫폼 사업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 KT는 올해 2분기 별도기준 비통신 매출액이 1조748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0%를 웃돈다. 구 대표는 "KT는 통신기반이 매출 100%였던 회사지만 지금은 대략 40%가 통신이 아닌 곳에서 나온다"며 "올해부터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KT는 2025년 비통신 매출 10조원을 달성, 통신과 비통신 매출 비중을 5:5로 맞출 방침이다. KT는 한국통신(Korea Telecom)의 'T'를 텔레콤으로 한정짓지 않고 있다. 구 대표는 "'T" 해석은 텔레콤이 아닌 테크놀로지 등 좋은 단어로 해석해 달라"고 했다. 강국현 KT커스터머부문장은 "KT는 'Korea Telecom'이 아닌 'KT'다. T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10년 전인 2010년부터 탈통신을 염두에 두고 사명을 LG텔레콤에서 LG유플러스로 변경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케이블TV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해 미디어사업 규모를 키웠다. LG유플러스는 5G 시장에서 실감형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과 캐나다·일본·중국의 이동통신사 벨 캐나다·KDDI·차이나텔레콤과 5G 콘텐츠 연합체인 'XR 얼라이언스'를 창립하고 첫 번째 의장사를 맡았다. 정기적으로 제작·제공할 콘텐츠를 공유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내년 신규 사업 영역에서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기존 사업에서는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탈통신을 선언한 이통 3사지만 내년 5G 투자와 함께 다양한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으며 5G 대중화에 힘쓸 예정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월 3만원대의 5G 온라인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월 3만원대에 데이터 9GB, 5만원대에 데이터 200GB를 주는 5G 온라인 요금제 2종과 월 2만원대에 데이터 2GB를 제공하는 LTE 요금제 1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요금제가 시장에 출시될 경우 KT와 LG유플러스도 경쟁적으로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상용화 이후 끊이지 않는 5G 품질 논란도 내년에는 어느 정도 가라앉을지 주목된다.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통 3사는 2022년 상반기 5G 전국망 구축을 목표로 2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통 3사는 올해 서울과 6대 광역시 주요 다중이용시설과 지하철 등에 5G망을 구축한 데 이어 내년에는 전국 85개시 주요 행정동을 중심으로 지방에서 서비스를 확대한다. 최근에는 과기정통부가 2~4G 주파수 재할당을 계기로 이통사의 5G 투자를 조기에 확대하도록 정책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과 함께 산업 전반의 비대면 및 디지털전환 확산 추세는 5G 기반의 기업간거래(B2B)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