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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앓는 금융上] 배당제한에 은행주가도 '뚝'
출처:EBN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2/01 12:04:04
금융당국의 배당제한정책이 확정되면서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만큼 금융지주들의 주가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배당 억제, 이익공유제, 가계대출 규제 등 정치권의 입김에 경영 환경이 점점 더 악화할 것이라는 은행권의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과도한 관치금융에 금융권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해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정례회의에서 의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각 은행들에게 문서로 발송했다. 올해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배당을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고점을 찍고 있지만, 은행주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9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2976.21로 마감했다. 다시 3000선 밑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피는 직전일 마감(3208.99)보다 떨어졌지만, 지난달 말(2778.65)보다 7.1% 상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은행주 주가도 올해 들어 시장금리 상승 등에 힘입어 이달 중순까지 잠시 반등했지만, 상승세가 꺾이면서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는 배당락 직후의 급락한 주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실제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 29일 기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장을 마쳤다.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전일 대비(29일 기준) 5.36% 내린 3만2650원으로, 신한금융지주는 4.81% 떨어진 3만650원, 우리금융지주는 3.30% 낮아진 8800원, KB금융그룹은 1.95% 깎인 4만300원을 기록했다.
주가 하락세는 이달 중순과 비교하면 금융지주 주가 하락세는 더 크다. 지난 14일 대비로는 하나금융(4만205원) 18.79%, KB금융(4만7080원) 14.40%, 우리금융(1만50원) 12.43%, 신한금융(3만4200원) 10.38%로 모두 10% 이상 하락했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은 코로나19 타격에도 지난해 좋은 실적을 낸 상황과 이질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융 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0조8846억원으로, 우리금융을 제외한 3개 금융지주는 모두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견실한 실적에도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계속하는 건 최근 배당 규제에 이어 이익공유제 등 규제 리스크가 부각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 조치에 따라 당장 상반기 예정된 2020년도 결산배당부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도 기준으로 4대 금융지주사 배당 성향이 우리금융 27%, KB금융 26%, 신한지주 25.97%, 하나금융 25.77%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배당 규모는 5~7% 포인트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번 배당제한 조치가 최근 이익공유제,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의 정책과 맞물리면서 은행 경영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장기적인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은행권에 자발적 이익공유제 참여를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이른 시일에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을 개정하고, 금융권과 현재 3550억원 정도인 서민금융 재원을 50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000억원을 채우려면 은행 등이 최소 1100억원을 더 출연해야한다.
아울러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과 이자유예 조치가 오는 3월에 재연장 가닥을 잡은 것도 은행에 부담을 주는 조치로 투자자들에게 여겨지고 있다. 현재 은행권에서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 규모는 총 1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음주 역대급 실적 발표를 앞두고도 이어지는 규제 탓에 은행주의 저평가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실적 발표 이후에 추가적인 금융지원 정책이 더해질 수 있어 향후 은행 주가의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