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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차익 매력에…은행, 달러적금 '각광'

    출처:EBN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1/22 11:20:47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달러예금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급등)하자 환차익을 노린 수요가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달러가 쌀 때 사서 비싸질 때 팔자는 심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이어지는데다, 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강한 경기부양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달러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덩달아 달러예금 증가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일 현재 510억2091만 달러(20일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월 396억2600만 달러보다 28%(110억 달러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의 반짝 반등으로 지난해 말(517억3029만)보다 다소 빠진 수준이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몰린 건 그만큼 싸다는 판단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연초 반짝 상승세를 보이다가 다시 하락세에 접어든 상황이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99.7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0월6일 1158.2원에서 석 달 만에 58.5원이나 빠진 셈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전체 달러화 예금도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2월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달러화예금 잔액은 800억4000만달러로 전월대비 1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거주자 달러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등의 국내 달러예금을 의미한다.


    달러예금 증가세는 개인 고객의 매수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주로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추후 강달러로 상황이 반전될 때를 대비해 저가 매수로 환차익을 기대하는 경우다. 한국은행도 "달러화예금은 개인 예금을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증가 요인이다. 시중은행들은 외화 예·적금 기본금리에 최고 1.7% 기본금리를 제공하는데 환율상승차익까지 고려하면 일반 예·적금보다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세금도 붙지 않고, 일반 예·적금 상품처럼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밖에 유학생 자녀, 주재원 가족 등을 둔 실수요자가 달러를 미리 사두는 경우도 있다. 또,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나 유학 등에 대비해 미리 달러 자금을 모아두려는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달러예금의 인기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수요층이 다양한데다 내년까지 원·달러 환율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달러예금에 대한 관심은 내년 초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가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압력을 더 크게 받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20일(현지시간) 옐런 미 재무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지금은 재정 적자를 걱정하기보다 경제 회복을 위해 대범하게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040원~1100원대로 예상된다. 급격히 환율이 올라가지 않는 이상 시장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추세에 은행들도 신규 가입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규 가입고객에게 모바일상품권을 제공하거나 환율 우대, 환차익 효과 확대 등 다양한 혜택을 얹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달러 가격이 싼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조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는 투자 가치가 높다"며 "달러가 쌀 때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는 건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라는 조언이 대체적이다. 저가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당장 달러화가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교역 증가는 미국 입장에서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달러화의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최근 달러인덱스가 90포인트를 하회하기 시작하는 것도 글로벌 달러 공급의 확대에 기인한 부분이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세에도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약세 전망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