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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점포 폐쇄에 "인터넷뱅킹, 수익성과 관계 없다" 주장…따져보니

    출처:EBN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1/20 09:58:29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이 집계한 시중은행 이직원 및 점포 수 증감률ⓒ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이 집계한 시중은행 이직원 및 점포 수 증감률ⓒ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은행의 수익성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은행권의 디지털뱅킹 강화에 따른 점포폐쇄 움직임이 실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논지다. 다만 이 주장에는 은행 창구거래가 주거래방식이었던 20여년전의 실증연구가 근거로 활용됐다.


    1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정치경제연구소와 함께 '점포축소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2021년 제1차 금융노동포럼을 열었다.


    박홍배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기술 발전과 금융디지털화로 확대되던 금융권의 비대면화는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여기서 고민되는 지점은 비대면화로 인한 우리 금융노동자들의 일자리 축소 문제"라고 했다. 2019년 9월 대비 2020년 9월 국내은행 점포수는 177개 줄었으며, 2020년 상반기에는 128개 점포수가 감소했다.


    발제자인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수익성에 자동화, 모바일뱅킹화, 인터넷뱅킹화가 어떤 영향 미쳤느냐는 한마디로 '관계 없다'는 결론"이라며 "선진국도 자동화하면 고정비용을 줄였기 때문에 효율성이 늘어날거라고 착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조 연구위원은 김현욱(2003), 이충열(2005), 박창균(2009), 전봉걸&이동규(2014) 씨의 실증연구를 근거로 들었다. 2005년 이충열 씨의 연구를 인용해 "인터넷 뱅킹화가 수익성 지표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지적되고 있다"며 "비용 측면에서는 대면 채널 축소에 따른 고정비용 절감과 ICT 투자비용 증가 사이에 순감소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했다. 인터넷 뱅킹화에 따른 IT투자 비용, 고객관리 및 고객유치 비용, 감독 준수 비용 등 새로운 고정비용이 발생한다는 것.


    이어 "인터넷 뱅킹과 수익성의 상관관계는 모바일 뱅킹화에서도 다르지 않다"며 "모바일 뱅킹화 전환 비용 등 새로운 고정비용 증가를 상쇄할 투자 효과가 언제 가시화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반면 같은 2005년 발표된 안종길 씨(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금융기관의 IT 투자가 생산성 및 수익성에 미친 영향 분석' 연구에선 "IT투자의 수익성 효과는 IT투자의 정의, 분석대상, 기업성과를 측정하는 지표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그룹 모두에서 IT투자가 비용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한 2005년은 인터넷·모바일뱅킹의 이용양태가 최근과 현저히 다르게 나타난다. 2005년 3월 은행권 업무처리비중을 보면 창구비중이 31.4%로 가장 높았고 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가 각각 29.5%와 27.1%로 뒤를 이었다. 2019년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용 비중은 59.3%인 반면 창구 비중은 7.4%로 역전이 심화했다. 기존 창구 위주의 영업방식으로는 고객이 지속 이탈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희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은행은 핀테크 기업에 맞서는 디지털 상품의 개발, 디지털 기술 발전에 대한 투자 및 지출 확대, 디지털 뱅커 양성을 통한 인력구조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미국 은행들이 디지털화와 인력 자동화 실행 시 2025년까지 700억 달러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번 금융산업노조 포럼에선 은행업의 점포폐쇄에는 정치적인 요인 역시 반영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 연구위원은 "2015년부터 박근혜정부 시절 핀테크 육성정책이라는 것이 등장해 은행산업 경쟁구도를 바꾸겠다는 은행정책 시그널이 이때 확 만들어진다"며 "은행산업이 비효율적이고 '메기론'이 그때 등장하게 된다. 핀테크 혁신으로 은행산업의 과당경쟁구조를 깨트리고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어서 수익성 높이겠다는 금융정책당국의 확고한 입장이 관철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은행의 점포축소는 세계적 추세다. 유럽중앙은행(ECB) 발표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최근 4년간 독일 21.7%, 스페인 22.8%, 이탈리아 19.5% 등 평균 17.5%의 은행 점포가 사라졌다. 미국에선 인구 100만명당 점포 수가 2008년 273개였으나 2017년 242개로 축소됐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 성장 정책 선도 사업에는 핀테크가 포함돼 있다.


    한편 은행권의 점포폐쇄 절차는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려면 사전 영향평가 결과를 업무보고서에 첨부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을 사전예고했다.


    조 연구위원은 "문재인정부 전까지는 당국이 은행산업에 비공식적 행정지도를 할 때 거부한 사례 없이 군소리않고 따랐는데 이젠 은행산업들이 다 버팅기고 저항한다"며 "규제정책 안 먹힌다는 소리다. 이게 큰 패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