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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시계 또 멈췄다...초격차 전략 '비상'
출처:EBN 임서아 기자 (limsa@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1/18 15:06:5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 삼성'이 결국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국내 대기업 1위인 삼성이 다시 한 번 총수 부재라는 악재를 떠안으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큰 차질을 빚게됐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뒤 홀로서기로 위기를 극복해야하는 시기에 이 부회장이 재수감되면서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하락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8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난 2018년 2월 이후 1079일 만에 다시 수감된다.
이 부회장은 실형을 면하기 위해 지난해 1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드는 등 부단히 노력해왔다. 위원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계열사와 대표들에 대한 감시 기능을 부여해 윤리경영·준법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꿈꾸는 승어부는 어떠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도 거부할 수 있는 촘촘한 준법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최고 수준의 도덕·투명성을 갖춘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11일에는 직접 준법위를 찾아 위원회의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계속해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무노조 경영'도 철회하고 노조 설립을 허용했지만 결국 노력에도 이 부회장은 구속됐다.
이 회장이 별세하고 이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총수로서 홀로서기와 미래 신사업 확대 등 뉴 삼성으로 변화에 속도를 올려왔던 만큼 그룹 전체의 동력 저하는 불가피해졌다.
앞서 최근 이 부회장은 인공지능(AI)·반도체·스마트폰·전장(자동차 전자장치)·바이오 등 다방면에서 인재를 확보하는 동시에 투자를 통한 기술 개발까지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유럽과 미국‧캐나다 등을 방문해 AI 석학을 영입하고 과감한 투자로 경쟁력을 키웠다.
이 부회장의 부재로 당장 시스템 반도체 사업 투자부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경영인이 굵직한 사안을 결정해 투자를 강행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수립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대만의 TSMC에 비해 약하고 팹리스 시장에서는 미국 퀄컴·대만 미디어텍·일본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에 밀려 목표 달성을 위해 가속도를 내야 하는 시기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인수합병(M&A) 등을 위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삼성만은 총수 부재로 '초격차' 전략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실제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기 전까지 매주 열리던 그룹 사장단 회의는 구속 후 중단됐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장업체 미국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삼성은 굵직한 인수합병은 없는 상태다.
업계에선 스마트폰·바이오·가전 등 글로벌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업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중국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는 이 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총수 부재로 놓칠 수도 있는 탓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대외경기 침체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데 국내 1위 대기업 총수 부재까지 겹치면 국가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면서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앞으로 새로운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