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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행처럼 번진 '제판분리' 선언…노조 반발 어쩌나

    출처:EBN 신진주 기자 (newpearl@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0/12/21 14:22:26

    최근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이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를 선언하면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전속 보험설계사 조직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대수술인 만큼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전속 영업조직을 자회사 법인대리점(GA)으로 전환하는 제판분리를 공식화하면서 업계의 파장이 일고 있다.


    업계 2위사인 한화생명은 지난 18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판매전문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칭)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신설법인은 한화생명의100% 자회사로, 회사 내 전속판매 조직을 물적분할로 분사하는 형태로 설립한다.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4월 1일 출범한다.


    한화생명의 전속설계사 2만여명과 임직원 1400여명(전체 임직원35%)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소속을 옮길 예정이다.


    한화생명은 이를 위해 기존 자회사형 GA인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을 이달 초 합병하는 등 사전 정비 작업을 마쳤다.


    이달 초에는 미래에셋생명이 제판분리를 공식 선언했다. 내년 3월 설계사 3300여명을 기존GA자회사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모두 이적시킬 예정이다. 전속설계사와 자체GA로 나뉘었던 영업조직을 일원화하는 것이다.


    제조와 판매 채널의 분리를 통해 미래에셋생명은 혁신상품 개발과 고객서비스, 자산운용에 집중하고,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마케팅 인프라를 집적해 업계 최고 수준의 종합금융상품 판매회사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하만덕 전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이 판매조직 대표로 자리를 옮겨 제판분리를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이들 보험사들은 글로벌 선진 보험시장은 이미 제판분리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영업조직 분리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제판분리 움직임은 '비용절감' 이유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생보사들은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새 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재무 부담을 줄 수 있는 제도 도입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의무화 부담까지 가중돼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판분리를 추진하면 회사 입장에선 경영 효율화에 도움이 된다"며 "전속 설계사 조직을 분사할 경우 지점 유지비, 관리비, 교육훈련비 등 각종 고정비용이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제판분리가 보험업계 전반의 고용의 질 악화와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고용보험 가입의무화가 맞물리면서 저수익, 저능률 보험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노사 간의 원만한 협의가 제판분리 추진 과정에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화생명보험노조은 직원의 자회사 이동은 일종의 구조조정이며 단체협약에서 보장하는 노동조합의 동의권을 침해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화생명 노조는 "직원들이 타회사 전직의 경우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고용안정대책조항을 단체협약으로 보장받고 있다"며 "1400명에 이르는 영업조직 조합원들은 분할돼 GA형 자회사로의 강요된 전직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업조직 물적분할 결정의 속내는 구조조정 의도가 담겨 있다"며 "영업인력을 자회사로 이관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기업의 발전을 위해 감당해야 할 비용을 회피해 보려는 얄팍한 속셈이다. 보험산업 전체에 회복할 수 없는 후폭풍을 몰고 올 영업조직 물적분할 시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노조 반발 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자회사의 설립 방식을 물적분할 선택한 만큼 영업 인력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현재 그대로 이동하며 근로조건도 현재와 동일하다"고 해명했다.


    미래에셋생명도 "추진 과정에서 계약자, FC, 임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권익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