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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88] 시한폭탄 추석
출처: 편집 :编辑部 발표:2020/09/01 16:56:11
8주 전 이 칼럼에 나는 ‘행동 백신 접종 주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며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바람에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러다가 2차 대유행으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 본격적인 휴가철로 들어서기 전에 모두 자발적 자가 격리 기간을 가져보자. 사회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최소 인력만 남겨두고 나머지 국민은 모두 2주간 완벽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자.”
아쉽게도 나의 부르짖음은 한낱 대답 없는 메아리로 끝났다. 추석 연휴 민족 대이동을 불과 4주 앞둔 시점에서 거의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다시 제안하련다. 바이러스는 생물이 아니라서 스스로 감염 대상을 정하고 목표지향적으로 진격하지 않는다. 무작정 백신이 만들어질 때를 기다릴 게 아니라 그들의 전파 경로만 확실하게 차단하면 이 끔찍한 악몽을 뜻밖에 간단히 끝낼 수 있다.
내가 최근에 만난 자영업자들은 차라리 빨리 3단계로 격상하고 화끈하게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한다. 정부가 방역에 단계를 설정하고 어정쩡한 ‘2.5단계’까지 들고 나와 시간을 끌면 국민의 심리적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끝이 보이는 고통은 잠시 이 악물고 참을 수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지지부진한 고통은 정말 견디기 힘들다. 더 늦기 전에 리셋(reset) 한번 하고 추석을 맞이하자. 이번 여름 긴 장마로 힘들었는데 추석 전에 한숨 쉬었다 가자.
2주가 너무 길면 1주일만 해도 좋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대개 사흘이면 본색을 드러낸다. 정부가 지정하는 필수 요원만 남고 전 국민이 1주일만 완벽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하면 바이러스의 대이동은 일단 막을 수 있다. ‘천만 시민 멈춤 주간’을 서울시 혼자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5천만 국민이 모두 동참해야 한다. 추석이라는 시한폭탄이 재깍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