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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시각] 경찰이 바라는 ‘답정너’

    출처:    편집 :编辑部    발표:2020/09/01 16:55:04

    지난 25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민 분향소’에 대한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담은 답변서가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도착했다. 앞서 경찰 질의에 대한 회신이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광장에 박 전 시장 시민 분향소를 차려 지지자 2만명 이상이 모여들게 만들었다. 여기에 대해 ‘서울시가 코로나 사태 이후 스스로 내린 도심 내 집회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경찰은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복지부의 A4용지 2장짜리 답변서는 명백하게 ‘시민 분향소 설치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경찰에 “이제 수사를 시작하는 거냐”고 물어봤다. 대답은 “한 차례 해석을 받았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였다. 그러면서 경찰은 “복지부의 답변은 명확하지 않다”면서 “정확한 해석을 듣기 위해 몇 차례 더 구조나 의미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답변서가 명확지 않다? 답변서를 다시 들여다봤다.

    우선 경찰은 ‘감염병예방법상 집회, 제례, 집합의 의미’를 물었다. 복지부는 “집합이란 불특정 다수가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이고, 집회, 제례 등은 집합의 하위 개념”이라고 답했다. 둘째 질문은 ‘시민 분향소가 집회, 제례, 집합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였다. 답변은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일반인을 상대로 조문을 받은 행위가 다수인이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면 집합에 해당한다.” 정답을 알려준 것이다.

    질문은 계속된다. 특히 셋째는 황당하다. 경찰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신고해야 하는 집회가 있고, 그렇지 않은 집회가 있는데, 감염법예방법이 말하는 집회는 둘 중 어디에 해당하느냐’고 물었다. 집시법 소관 부처는 경찰이다. 그걸 다른 부처에 물어본 것이다. 이에 대한 복지부의 우문현답. “집시법을 관할하지 않는 우리 부에서 판단 불가하다.” 마지막 질문은 ‘집시법상 신고할 필요가 없는 종교, 관혼상제 등의 집회를 감염병예방법상 규정된 집합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복지부는 “해당 집회가 다수인이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의미한다면 집합에 포함된다”고 했다. 정답을 재확인까지 해준 것이다.

    이보다 명확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경찰은 ‘불명확하다’고 했다. 그래서 경찰에 “아예 대놓고 분향소가 위법인지를 물어보면 될 거 아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경찰은 “위법성 판단은 우리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몇 차례 복지부에 추가 질의를 해도 답이 불명확하면, 법제처에도 질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 경찰은 뭔가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계속해서 물어보겠다는 심산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과연 그 원하는 대답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