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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베 이후 한일 관계, 우리가 주도권 쥘 수 있다
출처: 편집 :编辑部 발표:2020/09/01 16:54:34
아베 총리 사임 표명 이후 일본에서는 차기 총리를 둘러싼 레이스가 뜨겁다. 대략 스가 관방장관, 기시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전 자민당 간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 중 누가 총리가 돼도 당장 한일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과 관련, 이들 중 누구도 자민당 입장과 다른 의견을 내세운 바 없다. 사실 총리 교체 변수 하나로 한일 관계를 예측하긴 어렵다. 하지만 일본 현대정치사를 돌아보면 아베 이후 일본과 한⋅일 관계를 점쳐볼 네 가지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 관리형 내각 등장 가능성이 높다. 1980년 오히라 총리가 갑작스레 사망하고, 스즈키 내각이 들어섰으나 뚜렷한 족적 없는 계투형 내각에 그쳤다. 2000년 오부치 총리가 재임 중 사망했을 때도 모리 요시로가 당 중진들 간 협의를 거쳐 총리로 추대되나 1년 만에 퇴임했다. 현직 총리의 건강 사유로 갑자기 들어서는 내각은 대개 관리형에 그친다.
둘째, 장기집권은 정책 전환의 압력을 만들어 낸다. 1964년 이후 8년 집권한 사토 에이사쿠 총리 후임은 다나카 가쿠에이였다. 그는 사토의 친미 일변도 노선에 반기를 들고 총리가 되어 적성국이던 중국을 전격 방문,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1년 자민당 주류의 장기집권에 반기를 들고 집권한 고이즈미 총리 역시 전격 방북을 단행한 바 있다. 장기집권은 당내에 새로운 노선에 대한 갈망을 키운다. 또한 집권 세력은 일단 자리를 잡고 나면 전임자와 구별되는 자신의 족적을 남기려 한다.
셋째, 정책 전환에는 국제적 배경이 있다. 1970년대 다나카의 친중 노선 배경에는 베트남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미국의 탈아시아 정책이 있었다. 1982년 집권한 나카소네 총리는 군사력 강화 노선을 내세우는데, 소련과의 냉전에 집중하던 레이건의 외교 노선에 부응한 것이다. 고이즈미가 전격 방북 등 독자 노선을 실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테러와의 전쟁이 있다. 고이즈미는 9·11 사태 이후 미국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그 이외 외교 분야에서는 독자성을 확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