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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보수의 희망을 보여준 김종인의 5·18 사죄
출처: 편집 :编辑部 발표:2020/09/01 16:54:04
지난 8월 19일,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5·18 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었다. 목 멘 소리로 “부끄럽다” “죄송하다”고 했다. 진보 및 보수 양 진영의 반응은 “보여주기 쇼” “근본 없는 비겁함” 등 공히 차가웠다. 하지만 필자는 그의 사죄에서 우리 정치의 희망을 보았다.
필자에게 광주는 1981년 5월의 한 사건으로 각인되어 있다. 철부지 대학 신입생 시절이었다. 도서관 6층에서 한 학생이 “전두환 물러가라!”를 외치고 투신했다. 광주 출신의 경제학과 4학년, 22세 김태훈이었다. 그가 떨어진 자리에 최루탄이 쏟아지고 포연처럼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날 이후 필자에게 광주는 눈물이었다. 그 젊은 죽음이 슬퍼서, 시대가 아파서,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이 부끄러워 눈물을 흘렸다.
이 아픈 기억은 2014년 4월의 세월호로 이어진다. 그날 배 안에 갇혀 스러져간 어린 영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죄여온다. 2017년 5월, 학생들과 그 현장을 찾았다. 첫 장소인 신목포항에 거대한 선체가 누워 있었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 무심한 갈매기만 끼룩끼룩 울었다. 다음 날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동거차도(東巨次島)에 갔다. 섬의 정상 너머에 세월호를 삼킨 맹골수도가 보였다. 바다가 거칠었다면 차라리 위안이 됐을 것이다. 평온해서 더욱 슬픈 바다였다.
“뜬금없이 웬 신파인가”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숱한 조사 활동을 통해 낱낱이 밝혀진 팩트들과 무관하게, 광주와 세월호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이 같은 정서적 아픔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한다. 홀로코스트 앞에 독일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듯, 광주와 세월호 앞에 이 사회의 누구도 떳떳할 수 없다. 엄정한 조사를 통해 역사의 정범(正犯)을 단죄(斷罪)하는 일 이상으로 그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현 정부·여당의 대안이 되어야 할 보수 야당의 입장에서 더욱 그러하다.
현 정부·여당에 대해선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것 외엔 적당한 표현이 없다. 모든 것 다 떠나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 생떼 같은 의료 파업 야기가 웬 말인가. 무능과 독선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중용(中庸)의 한 구절을 빌리면 “어리석으면서도 자기 생각대로 하기를 좋아하고, 천하면서도 자기 멋대로 하기를 좋아하며, 지금 세상에 살면서도 옛날의 방식으로 되돌아가려” 하는 집단이다. 그에 대한 중용의 경고는 매섭기 그지없다. “이러한 자는 재앙이 그의 몸에 미치게 될 것이다(김학주 역주, 2015. 1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