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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딜이냐, 노딜이냐…고민 빠진 정몽규 회장, 선택은

    출처:    편집 :编辑部    발표:2020/07/28 09:34:37

    모빌리티그룹 도약 승부수, 코로나에 급제동

    무리한 인수로 흔들린 금호 전철 밟을까 우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11월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HDC그룹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11월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HDC그룹


    굵직한 인수·합병(M&A)를 성공시키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을 이끌어온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서는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항공사업으로 영토 확장에 대한 의지가 있지만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 사태로 항공업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실익 저울질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최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다음 달 중순부터 12주 가량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의 재실사를 제안했다. 인수사항 재점검을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일단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HDC현산의 인수의지 및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HDC현산과 채권단의 기싸움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회장이 그간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1999년 HDC현산 회장으로 취임한 뒤 건설사업을 성장시키는 한편 건설사업과 동떨어진 사업으로의 진출에도 박차를 가했다.


    2005년 파크 하얏트 서울을 통해 호텔업에 진출했고 2006년에는 영창악기도 인수했다. 2015년에는 호텔신라와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해 면세사업에 뛰어들었다.


    2018년에는 부동산114를 인수해 프롭테크 시장 진출을 알렸고 2019년에는 한솔개발을 인수해 리조트·레저사업으로도 보폭을 확대했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M&A 매물로 나왔을 때 2조5000억원의 거액을 베팅하기도 했다. 이는 항공산업으로 진출과 그 이후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도약까지도 생각한 승부수였다.


    HDC현산의 주력사업인 건설업은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은 빠른 시일 내에 아시나아항공 인수를 마무리하고 조속히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코자 했다.



    올해 초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 리조트에서 개최된 HDC그룹 미래전략 워크숍에서 정몽규 회장이 임원들과 토론하고 있다.ⓒHDC그룹올해 초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 리조트에서 개최된 HDC그룹 미래전략 워크숍에서 정몽규 회장이 임원들과 토론하고 있다.ⓒHDC그룹


    하지만 코로나19로 전세계 항공길이 막히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계약 당시 예측했던 것보다 인수 후 감당해야 할 재무 부담이 훨씬 커졌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에 2조원 이상 증자해 부채비율을 300% 미만으로 떨어트릴 계획이었으나 올해 1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작년 반기 말 대비 1만% 이상 급증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항공산업의 회복 시기도 예측이 어렵다. 밑 빠진 독에 물만 부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HDC현산이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것도 정 회장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이번 회사채 흥행 실패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부정적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항공 진출 의지가 강해도 회사 내·외부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무리한 M&A로 그룹이 휘청휘청한 사례가 있다는 점도 정 회장이 고심하는 이유다.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금호그룹의 재건을 목표로 2006년 대우건설·2008년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했고 결국 2009년에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재매각해야 했다. 이 여파로 금호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과 정부의 행보가 정 회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무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이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실사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정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촉구한 바 있어 정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성수 금융위원장의 회동이 이뤄질 수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될 것이라는 예측이 더 우세하다"며 "HDC현산의 인수에 대한 셈법이 복잡하기 때문에 정부·채권단의 적극적인 제안이 이뤄져야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