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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병칼럼(13)/코로나와 판도라

    출처:http://m.maritimepress.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0/05/30 14:02:47

    이기병 경영학 박사(한국국제상학회 이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팀장)

      
    ▲ 이기병 박사

    인천공항에 근무하는 처제가 있다. 출입국 공무원인데 코로나 이후 사람이 줄어들어 몸은 편해졌는데 맘은 불편하단다. 공항, ‘Airport’는 ‘하늘의 항구’란 뜻이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파일럿(Pilot)’이란 말도 ‘뱃길 안내원’이란 뜻에서 유래됐다. 그래서 ‘도선사’가 영어로 파일럿이다. 하여튼 파일럿이란 직업은 배, 비행기 할 것 없이 돈 잘 버는 선망의 직업이었다. 적어도 코로나 전까지는…

    누군가 말했다.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세상과 이후(After Disease) 세계는 예수 이전(BC)과 이후(AD) 만큼이나 다를 것이라고…. ‘부부의 세계’가 평생 알콩달콩하지 않듯이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세계도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적어도 ‘우아한 세계’는 아닌 듯하다.

    필자가 활동하는 한국국제상학회에 주도(酒徒)를 즐기고 주도(酒道)를 알고 학문을 논하고 주도(主導)하는 작은 모임이 있다. 그 주당(酒黨)들의 말은 대략 이렇다. 코로나19로 아무도 원치 않았지만 의도하지 않는 불가피한 사회경제적 변화들이 엉큼스레 왔다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첫째, 리쇼어링(Reshoring)은 필수다. 글로벌 가치사슬(GVC) 패러다임이 효율성만 생각해 특정 국가에 집중됐던 것을 조달·생산 체계를 자국으로 회귀하거나 다른 나라로 분산시킬 것이 분명하단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리쇼어링 정책은 메리트(merit)가 없다고 말한다. 고임금, 노동 경직성, 생산비용, 각종 규제 등이 해외에서 돌아올 만큼 비용 편익이 없다고…. 그리고 조강지처 버리면 벌 받듯 국내에 남아있는 기업들을 잘 모셔야 한단다.

    삼성이 천진(天津) 등 중국을 떠나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것이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 한 수 때문에 천진-인천 항로를 비롯한 많은 한·중 카페리들도 타격을 받았다. 사랑이 돌아오기도 쉽지 않듯이 기업도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리는 일자리다! 절실한 마음으로 혁신적인 유인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창고업, 그 중 풀필먼트(Fulfillment)가 대세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그렇다면 물류도 움직인다. ‘재고(Inventory)가 아닌 수용력(Capacity)으로’, ‘나 혼자 산다’ 시청률이 높고 혼밥은 물론이요, 1인 전용 고깃집이 늘어나고 단절을 선호하는 ‘비대면(untact)’이 시대적 물결인 세상이다.

    또한 집에서 먹고 놀기 좋아하는 ‘홈루덴스(Home Ludens)’족까지 출현하면서 온라인을 뛰어넘어 모바일 거래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자꾸만 늘어난다. 시니어 소비자들까지 쇼핑 편의성을 중시하고 빠른 배달을 좋아하고 있다.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고 오죽하면 국가번호까지 ‘82(빨리)’인 나라 아닌가? 물류창고업 수요는 증가하고 있고 투자 수익률도 괜찮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그렇다.

    최근 수도권에선 물류창고 확보는 ‘하늘의 별 따기’다. 돈 냄새 잘 맡는 글로벌 투자운용사들이 국내외 풀필먼트로 모여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국내 업체들의 분발이 촉구된다.

    셋째, 모빌리티(Mobility) 감소다. 입국 금지, 자발적 여행 자제, 운항 취소 등으로 배·비행기 할 것 없이 이동수단을 따지지 않고 국제선 여객운송은 심각하다. 여객직무 관련 종사자는 태반이 휴직상태다. 시외·고속·마을버스도 줄고 전세버스 관광, 여행 운행은 씨가 말랐다. 돈 받고 바퀴 달린 것은 물론이요, 바다, 하늘 할 것 없이 교통 운송 분야 악영향이 예상된다.

    단, 도심 내 승용차와 택배, 오토바이는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가 운전하는 승용차 등 개인 교통은 늘어나 도로에서 자가용을 더 많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며칠 전 아내가 말한다. “우리 집 냉장고에 빛이 보여”. 도통 뭐가 뭔지 몰랐든 냉장고 안에 어스름이 가시고 푸르스름한 빛이 들어온단다. 모든 재료를 남김없이 해 먹기 위한 “냉장고 파먹기” 때문이다. 학교를 못 가 집에서 뒹굴뒹굴 먹어대는 아들 녀석의 몸무게와 집안의 엥겔지수는 높아만 간다.

    지구촌 한편에는 쓰레기를 뒤져 먹고 도축장에 줄 서 소의 피를 얻어가 단백질을 보충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세계가 하나의 사회로 연결되면서 우아한 세계가 아닌 ‘위험한 세계’로 동질화가 이뤄지고 있다.

    ‘판도라(Pandora)’의 상자 속에서 뛰쳐나온 코로나가 세계를 ‘팬데믹(Pandemic)’하고 있다. 본디 판도라의 상자에서 제일 먼저 뛰쳐나온 놈들은 ‘재앙’과 ‘질병’이었다.

    얼마 전 필자의 기관에서 전국 대학(원)생 대상 강제동원 UCC 공모전을 주최했다. 강제동원 피해실태, 귀환 관련 모든 내용을 뉴스, 웹드라마, 샌드아트 분야로 공모전을 실시했는데 참신한 응모작들이 지원하여 시상식을 했었다.

    한 맺힌 ‘망부가’를 부르짖는 유족들을 자주 뵙다가 오랜만에 젊은 대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되니 포항 호미곶 일출의 용솟음이 느껴진다. 수상자들은 대체로 “영상을 만들면서 강제동원에 대한 몰랐던 역사적 사건을 알게 됐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한다. 주최 측의 소기 목적 달성이다.

    최근 어느 할머님이 말씀하셨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은 학생들이고 한·일 학생들이 교류하면서 역사를 배워야 한다.” 고개가 끄떡여진다.

    서울대생이 제일 많이 빌려 가는 책 1위「총, 균, 쇠」의 저자는 말한다. “한국과 일본은 유년기를 보낸 쌍둥이 형제와 같다”, “역사 인식을 둘러싸고 갈등과 대립을 되풀이하고 있는 양국은 새롭게 역사를 인식하라”, “양국이 고대부터 쌓았던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가에 동아시아의 미래가 달려있다” 한번 읽어보시라. 일용할 양식이다.

    포항 호미곶의 명물은 ‘상생의 손’이란 조각상이다. 인류가 화해하고 화합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만들었는데 요즘 세상이 그런지 모르겠다.

    예전에 몰랐던 ‘핑클(Fin.K.L)’이 좋아졌다. 새삼스레 아이돌을 좋아할 연식은 지났고 ‘Fine Killing Liberty’의 합성어가 핑클이다.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우리가 끝낸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코로나를 쫓아버려 이동의 자유, 만남의 자유,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일상의 자유가 판치길 고대한다.

    판도라의 상자 맨 밑바닥에 최후까지 남은 것은 ‘희망’이었다!

    한국해운신문 maritime@m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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