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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칼럼(24)/코로나19, 기업경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출처:http://m.maritimepress.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0/05/28 08:49:20
- 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능인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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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원 박사 |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무역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그만큼 해운물류의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기업경영에도 엄청난 재앙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가? 많은 글로벌 경영 전문가들은 기업경영의 디지털 혁신(digital innovation)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조직의 기민성과 유연성이 강조되는 애자일(agile) 조직으로의 재편이 보다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은 기업 경영의 디지털화를 의미한다. 최신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기업이 추진하던 기존 사업과 업무 절차를 혁신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여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애자일 조직은 부서 간의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문화를 말한다. 애자일 조직의 가장 큰 목표는 불확실성이 높은 비즈니스 상황 변화에 대응하여 빠르게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사전 분석이나 기획을 최소화하고 시제품 등을 통해 외부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하여 업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스티븐 데닝과 함께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의 공동저자이며, 창의 경영의 대가로 불리는 게리 해멀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경영에 대해 4가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와 속도, 순발력과 의사소통이 바로 그것이다. 게리 해멀은 코로나19로 인해 ‘수퍼 포털’이라고 하는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누릴 것이며, 사람들은 소비 습관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꾼 다음엔 좀처럼 오프라인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게리 해멀은 코로나19가 기업의 조직 문화에서 관료주의의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전례 없는 위험에 직면했을 때, 관료주의의 나쁜 특성은 빠르게 불거지며 그 가장 큰 위험은 리더에게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는 조직 질서에 급진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효율적인 조직개편에 방점을 찍었다.
2018년에 시장조사기관 IDC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지털 혁신이 영업이익을 증가시키고,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며,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고, 비용을 절감시키며,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한 매출 증대를 가져온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아태지역 15개국에서 1,560명의 기업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디지털 혁신 리더 집단은 7%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93%는 팔로워 집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혁신 리더는 생태계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고객·파트너·기업 구성원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합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고 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데이터를 단순히 보관만하지 않고 이를 기업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제대로 활용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 의사결정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것이 주목된다. 당연히 리더 집단은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에 팔로워 집단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디지털화 전략과 함께 각광을 받고 있는 경영혁신 트랜드는 애자일 조직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서비스가 바로 애자일 전략을 통해 만들어졌다. 애자일 조직은 빠른 의사결정과 피드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이 불확실하고 유동적일수록 강점을 드러낸다.
애자일 조직은 전통적인 피라미드 조직 대신에 필요에 의해 협업하는 자율적 소규모 팀 조직을 기반으로 자원 배분을 조율한다. 상명하달 형태의 수직적 조직구조보다 직원 개개인의 오너십을 중시하는 수평적인 조직을 추구한다. 리더는 기존 관리자형 리더와 달리 본인 스스로 전문가로서 업무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조직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당초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에서 널리 쓰였으나, 최근에는 업종과 관계없이 널리 도입되고 있다.
애자일 경영의 선구자인 스티븐 데닝은 작은 팀의 법칙과 고객의 법칙, 그리고 네트워크의 법칙 등 세 가지 법칙을 강조한다. 먼저 작은 팀의 법칙은 단순하다. 오늘날의 변덕스럽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한 세상에서 크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문제를 가능한 한 작은 단위로 세분화해야 한다. 소규모의 자율적인 기능혼합 팀들은 고객과 최종 사용자의 피드백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고객의 법칙이다. 피터 드러커가 “비즈니스의 목적은 단 하나다. 바로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시장지배력이 판매자에서 구매자로 이동한 지도 이미 오래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고객을 만족시키는 수준을 넘어 기쁘게 해야 한다. 애자일 조직은 직원들과 파트너들을 움직여서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모든 의사소통, 의사결정, 시스템, 구조, 가치, 문화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의 법칙은 전체 조직을 기민하게 만드는 네트워크 조직이 핵심이다. 피라미드형 위계조직에 애자일 팀을 접목시킨다고 해서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유동적이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체계를 만들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의사소통이 지휘 사슬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수직으로 흘러가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는 기업경영의 디지털 혁신과 애자일 조직으로의 재편을 더욱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글로벌 디지털 혁신의 리더인 머스크가 IBM과 블록체인 합작회사를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클라우드 플랫폼 파트너십을 맺은 지도 오래다. 우리 해운물류업계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과 애자일 조직 활용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 IT 인력 확보를 비롯한 인프라 구축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해운신문 maritime@m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