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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불 붙여서 보여줘"…전영현 삼성SDI 사장의 달라진 소통법

    출처:http://chem.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19/10/25 08:50:52

    ▲ 전영현 삼성SDI 사장(가운데)이 기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의 쇼맨십이 부임 초기와 완전히 달라졌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임 사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 사장은 부임 초기만해도 말수도, 별다른 미소도 없는 딱딱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에, 기자들에게도 일일이 직접 설명해주는 자상한 모습을 보였다. 배터리시장의 성장과 최근 위기상황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자신감이 우러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ESS 안전성 시연회가 열렸다. 여기에는 국내외 기자 50여명이 초청됐다. 시연회는 회의실에서 20여분간의 설명과 공장 투어, 실험실 투어로 이뤄졌다. 전 사장은 설명부터 실험까지 전 과정에 기자들과 동참했다.

    설명회 시작 전에 전 사장은 "배터리 제조및 ESS 셀 판매업체로서 국내에 문제 없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통해 세계 표준 생태계를 만드는게 희망이고 꿈"이라며 "경쟁사와 함께 마켓셰어(점유율)가 굉장히 높은데, 시스템 문제이건 배터리 문제이건 간에 상관없이 화재가 발생한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8건이 우리 배터리에서 문제가 생겼다. 3건은 설치 과정에서, 5건은 외부 충격건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평창 ESS에서 불이 났는데 화재 진압 조치가 먼저 됐으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국내 ESS 생태계가 빨리 복원되서 세계 시장을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설명회의 하이라이트는 삼성SDI가 자체 개발한 ESS 특수 소화시스템이었다. 시스템은 2가지 방화 제품으로 구성돼 있는데, 셀 중간마다 설치해 열과 불꽃의 전이를 막는 신개념 단열재와 모듈 내부 상단에 장착돼 불꽃에 반응하면 화재 진압 가스를 내뿜는 첨단 약품이 사용된 부품이다. 

    허은기 시스템개발팀장(전무)은 제품들을 들어 보이며 시스템을 우수성을 설명했다. 그때 설명을 듣고 있던 전 사장이 한마디를 했다. "그걸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직접 불을 붙여서 보여주세요." 

    허 팀장은 예정에 없던 전 사장의 주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방화장갑을 끼고 주변에서 라이터를 빌려 직접 시스템에 불을 붙였다. 우선 단열재에 불을 붙이자 검은 그을음이 생겼지만 불에 전혀 타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열재의 그을음을 벗기자 원상태가 나타났다.

    이번엔 첨단 약품이 들어간 부품에 불을 붙이자 탁탁 튀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불이 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허 팀장은 "부품은 수만개의 캡슐로 구성돼 있는데, 캡슐에는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약품이 들어 있어 불을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실에서 진행된 ESS 모듈 화재 실험 과정에서도 전 사장은 직접 기자들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줬다.

    전 사장은 "저도 얼마 전에야 이번 실험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실험을 보면서 천재지변으로 화재가 발생해도 100% 진압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국 ESS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도록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SDI 셀이 사용된 ESS 시설의) 1000여개 사이트에 1,2차 화재 진압 시스템을 부착하고 있다. 모두 하는데 7~8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보는데, 최대한 빨리 부착하겠다"고 덧붙였다.

    원래 전 사장은 반도체 전문가이다. 삼성SDI에 오기 전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D램 개발실장,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팀장,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을 맡는 등 주로 반도체 사업부를 이끌었다. 

    2017년 3월 삼성SDI 사장으로 선임된 전 사장은 첫 공식석상인 3월 정기주총에서 "스마트폰 배터리 관련해 안정과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 열심히 하겠다"는 짧은 소감만 남기고 다소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2년이 지난 현재, 전 사장의 여유로운 모습은 배터리시장의 높은 성장성과 그 안에서 삼성SDI의 역할을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SDI는 2016년 9263억원의 영업손실에서 2017년 1169억원 영업이익, 2018년 715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시장은 연평균 23%씩 성장해 올해 530억달러(약 62조1000억원)에서 2025년 1670억달러(약 196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메모리반도체시장은 연평균 1.8% 증가하는 데 그쳐 2025년 1500억달러가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전 사장은 온화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다. 부임 초기에는 다소 긴장했던 것 같다"며 "온화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어 회사 분위기도 부드러운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