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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종단철도 가시화…대북제재·재원조달은 해결과제

    출처:    편집 :编辑部    발표:2018/09/21 10:23:39



    문재인 대통령과 국내 정재계 인사들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평양으로 방북한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는 남북종단철도 설치를 두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종단철도 도입을 지지하는 측은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중국 러시아 몽골 노선을 이용해 대륙권 국가까지 수송일정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거라며 물류적 성과를 기대했다. 반면 국제사회의 여전한 대북제재와 종단철도 설치에 따른 비용부담부터 선결돼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한국무역협회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1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남북종단철도의 현실 가능성과 아시아 재연결에 따른 미래 비전을 알아보는 ‘리커넥팅 아시아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무역협회 김영주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인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아시아의 물리적 연결을 위한 시발점이며 우리 기업들이 유라시아 전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SIS 존 헴리 회장은 “동아시아-유럽 연계 철도노선으로 물동량이 10년 안에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적대관계에 있던 국가들을 협력 파트너로 전환시킨 것처럼 물류 연계는 아시아 지역에 긍정적이고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CSIS 존 헴리 회장


    물류기업 대륙횡단철도로 운송기간 단축

    이날 콘퍼런스에는 국내 대형물류기업들이 중국과 러시아의 횡단철도 서비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남북종단철도와의 시너지를 기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나희승 원장은 “해양국가와의 연계, 대륙과 해양의 랜드브리지 차원에서 (남북종단철도 조성은) 중요하다”며 “이미 철도는 물리적으로 구축돼 있고, 얼마전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가입에도 성공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화물과 여객을 수송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구형준 전무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도입한 러시아 극동-극서 구간 정기급행 전세열차(블록트레인)를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글로비스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약 1만㎞를 잇는 TSR(시베리아횡단철도)를 주 1회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부산항에서 컨테이너선에 선적한 화물을 블라디보스토크로 해상운송한 뒤,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TSR에 환적하고 러시아 ‘페스코’의 철도 서비스를 이용해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운송하는 방식이다. 운송기간은 부산발 기준 약 22일이 소요돼 올워터로 움직이는 해상운송보다 훨씬 빠른 편이다.

    구 전무는 “해상운송은 저렴한 운임을 자랑하지만 최근 중국발 물량이 많아지면서 선복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고, 사고도 빈번해 철도서비스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동해선을 통해 나진·하산으로 연결되면 바로 TSR로 이어져 비용이나 업무 효율성 면에서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션1] The New Silk Railroad 신북방 철도 실크로드에 참석한 패널들. 로라 비커 BBC 서울특파원(사진 제일 왼쪽)을 좌장으로,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이은선 CJ대한통운 포워딩본부장, 구형준 현대글로비스 전무, 리사 콜린스 CSIS 연구원이 남북종단철도의 실현가능성을 토론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이은선 포워딩본부장은 중국 카자흐스탄을 거쳐 폴란드 독일 네덜란드를 잇는 ‘유라시아 브릿지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 서비스는 중국에서 컨테이너에 화물을 적재하고 물류센터에서 기차역까지 트럭으로 운송, 철도 화차에 컨테이너를 실어 중국횡단철도(TCR)를 이용해 유럽지역 기차역까지 수송한 뒤 다시 트럭으로 고객사 물류센터·공장까지 운송해주는 서비스다.

    이 본부장은 “항공운송은 공항에서 공항을 잇는 서비스다보니 내륙진입이 어려워 상품 판매에도 한계가 있다”며 “남북간 철로가 연결되면 아시아역내국가로도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TSR TCR의 높은 운임구조는 문제로 지적됐다. 선사들이 덩치 불리기로 해상운임을 떨어뜨리는 와중에 철도 운임은 오르고 있어, 화주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송운임은 해상운송보다 1.8배 비싸 여전히 가격경쟁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효한 대북제재안, 남북종단철도 괜찮나

    이날 물류기업과 정부기관이 남북종단철도의 효과를 중점적으로 얘기한 것과 달리 대북전문가와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 안을 우려했다. CSIS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상황이고 유엔과 미국 등의 경제제재를 감안해 보면, (북한에서) 상당한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대북 경제제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지율 문제도 남북종단철도의 사업추진을 흔들리게 하는 요소라고 판단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80%에서 최근 50%까지 급락한 가운데, 철도 설치에 소요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콜린스 연구원은 “철도사업에 필요한 펀딩을 공공자본으로 할지 민간자본으로 할지가 문제다. 공공자본이라면 납세자들이 추가적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중국이나 다른 해외국가에서도 인프라투자를 함께 할 수 있다.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희승 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금 남북철도를 연결하면 경제성도 있고 편익이 있는 인프라가 될 거라 본다”며 “북미관계가 좋아지면서 제재가 풀리면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할 것이다.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약 5%의 보증기금 형태의 자금을 지원받게 되면 그걸 통해 국제민간투자를 많이 받을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참석자들은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는 점에서 철도건설이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20일 평양정상회담을 마무리하고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특히 남북을 연결하는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를 올해 안에 착공키로 했다. 공공인프라 구축이 유엔 대북제재의 예외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서다. 남북은 4·27 판문점 선언 이후부터 철도를 연결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